
구좌마을미디어 추진
다양한 구성원들 때문 더욱 기대
잡지형 인쇄물과 팟캐스트
지역 통합·상호 이해 혁명적 진보
열정 충만한 이웃 자랑스러워
소통이 재밌어지고 행복해질 것
A4용지에 적혀있던 ‘마을미디어만들기’ 준비모임 전단을 처음 본 것은 한달 보름 쯤 전이다. “마을미디어라니…” 언제부터인지 막연하게 로망이 돼 버린 마을미디어가 드디어 우리 마을 구좌에서 미디어라이프로 시작된다는 설렘을 갖고 모임에 참석했다.
마을미디어 만들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너무나 다양하다. 시골이다 보니 밭농사하는 사람은 기본이고, 식당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 등 직종별로만 보면 다양함이 총천연색이다.
이러니 더욱 기대가 됐다. 이주민과 원주민이 어울려 살면서 벌어지는 문화·정서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과 각종 에피소드에 대한 공유는 지역과 사회의 문화적 통합뿐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이웃으로 존재를 인정하는 ‘혁명적’ 진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괸당’이라는 ‘끼리’ 문화가 주를 이뤘던 생활에서 이주민들이 늘어나며 급변하는 환경을 이질감과 무리 없이, 친절하게 설명하는 미디어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말습관(방언)으로 인한 오해가 많은 제주에서야 더할 나위가 없다.
마을미디어는 사단법인 제주마을소도리문화연구소에서 구좌지역 내 소식지 발간을 계획했다. 구좌주민 중심의 취재·기획팀을 이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혼합 구성해 추진된다. 지역 청소년들도 기자단으로 묶어 지속적인 참여를 준비한 만큼 기대가 크다. 청소년들이 구좌 미디어의 미래가 될 것이니 말이다.
마을미디어만들기로 개설될 매체는 우선 지면에서 잡지형식의 소식지와 팟캐스트 마을라디오다. 신문이 아니고 잡지형식을 준비하는 데는 취재력의 한계에 기인한다. 기성 미디어들의 소식 전달력을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바에는 지역 내 소식은 가능한 단신으로 취급하고 인문·역사·사회·문화·예술을 소재로 기획된 콘텐츠를 마련, 기록성을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역소식은 물론이거니와 교양정보와 도내 핫이슈를 취재하고 문화예술 소식과 주민 커뮤니티와 인물 인터뷰기사도 단계적으로 다양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인원은 탄탄하게 기획하고 편집할 수 있는 최소 3명으로 설정했다. 취재팀으로 마을별 통신원을 확보하고 자료와 원고를 청탁해나가자는 의견도 수렴되어 시행키로 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덕분에 근 수년간 마을미디어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마을라디오를 진행한다. 인원은 최소 5명 이상이 PD 겸 기술, 진행 겸 작가의 기능을 수행하기로 했다.
때론 읍사무소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스케줄링에서 편집·인쇄·배포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 주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 실로 적지 않은 일이지만 ‘용감히’ 나선 추진위원들의 면면은 의욕과 열정이 넘친다. 그래서 자랑스럽다. 함께하는 이웃으로 이만한 일이 없는 까닭이다.
이렇게 인문·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감당할 구좌마을미디어는 지역의 서사적 스토리텔링도 발굴할 수 있다. 허구된 이야기지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콘텐츠의 개발은 미디어를 통한 기반문화가 다져지면서 발전할 수 있었더라는 수많은 사례는 지나칠 만큼 많다.
게다가 다른 마을에서 볼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도 시도된다. 필자가 3년째 진행하는 ‘바당1m음악회’를 공연현장에서 녹음 취재, 팟캐스트에서 방송하게 된다. 비슷한 사례가 없어 낯설고 힘겹지만 신선한 시도라는 자평을 위안삼아 씩씩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음악회에서 공연하는 뮤지션을 스튜디오로 불러 앉혀서 음악얘기로 채우는 팟캐스트용 라디오콘텐츠도 덩달아 준비된다. 이런 기획이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매우 경제적인 콘텐츠 기획이랄 수 있어 벌써 흡족하다. 재미난 방송을 준비하는 즐거움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이전에 살던 곳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마을공동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한 수준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엄청난 차이다. 마을미디어를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공감을 갖게 될 것이고 낯설기만 한 이주민이 진정한 지역민으로 거듭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웃사촌으로서 ‘괸당’ 신입 과정에 꼭 필요한 소통이 재밌어지고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무엇이 두려워, 힘들어 피하겠는가. “함께 하실 분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