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두 어머니’ 모시고 살아요”
“한 지붕 아래 ‘두 어머니’ 모시고 살아요”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6.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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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읍 박영혜씨 16년째 친정·시어머니와 동거
제44회 어버이 날 기념 행사서 ‘국민포장’ 수상
▲ 한 지붕에 사는 시어머니 김말선(왼쪽)씨와 박영혜씨, 친정어머니 홍정임(오른쪽)씨가 인터뷰를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 김동은 기자

“한 지붕에 사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식구가 손잡고 가까운 곳이라도 놀러 가보는 게 소원이에요.”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혜(67)씨. 그는 친정어머니 홍정임(87)씨와 시어머니 김말선(103)씨를 함께 모시며 살고 있다.

세 사람은 16년째 한 지붕에 살고 있다. 충남 아산이 고향인 박씨는 서울에 살다 2001년 6월 남편과 사별한 후부터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박씨는 처음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함께 모시기로 했을 때 혹시 두 어머니가 부딪치는 일이 많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물론 티격태격하는 일도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의지하며 둘도 없는 짝꿍이 됐다.

박씨는 6년 전 제주로 내려왔다. 연세가 많고 노쇠해진 두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돌보기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카페 한 켠에 숙소를 마련한 덕분에 세 사람은 말 그대로 ‘한 이불 덮고 자는 사이’가 됐다. 박씨는 일하면서 수시로 집에 들러 두 어머니를 돌본다.

급격히 나빠진 시어머니의 건강은 박씨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특히 시어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진 이후로는 몸이 더 안 좋아졌다.

그래도 친정어머니가 시어머니 곁을 지키며 먹여주고, 놀아주는 등 알뜰살뜰 보살피는 모습을 볼 때면 셋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큰 행복감을 느낀단다.

세 식구가 함께 살다 보니 웃을 일도 많다. 한 번은 손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할머니를 바꿔 달라는 손자의 말에 누가 전화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박씨가 운영하는 카페의 이름도 어머니를 뜻하는 ‘마더카페’다. 세 식구가 사는 모습을 보고 지인이 지어준 것이다. 손님들도 “카페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박씨는 “고령의 나이 때문에 시어머니의 숨소리가 이상하거나 아프실 때는 덜컥 겁이 난다”며 “두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제주로 내려온 뒤 세 식구가 함께 놀러 가본 적이 없다”며 “두 어머니와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놀러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한편,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효행을 실천하고 있는 박씨는 오는 6일 서귀포시 동홍생활체육관에서 열리는 ‘제44회 어버이 날 기념 행사’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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