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말만 국제공항…외국어 안내방송 전무” 지적

제주국제공항이 최근 폭설, 강풍 등의 영향으로 잦은 결항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소음발생’을 이유로 안내방송 볼륨을 낮게 설정, 이용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상상황 발생 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외국(개별관광객)인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은 매번 반복되고 있어 국제자유도시에 걸 맞는 안내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태풍급 난기류의 영향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업무차 제주를 방문했던 A씨(미국)는 공항 내 상황을 알지 못한 채 항공기 운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공항에선 어떤 안내방송도 들을 수 없었다”며 “결국 서울에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제주공항의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1월 폭설에 따른 결항사태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중국인 B씨가 “공항에서 나오는 방송은 모두 한국어이고, 심지어 영어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제주를 두 번 다시 찾지 않겠다”는 불평을 자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확인 결과 공항이용객들의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한 이유는 스피커 ‘볼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측이 스피커 볼륨을 높일 경우 ‘소음’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안내방송의 볼륨을 낮게 설정한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당시 한국어를 포함해 중국어, 영어 등의 안내방송을 실시했다”면서 “다만 안내 방송이 소음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볼륨을)낮췄고, 당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들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공항공사가 지연, 결항 등에 따른 안내방송을 하기 위한 별도의 스피커 설치가 필요하다는 항공사들의 요구를 ‘시끄럽다’는 이유로 묵살한 사실도 드러났다.
항공사 관계자는 “기상이변 등 비상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앰프시설 설치를 (공항공사에)요구했지만 시끄럽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별 안내음성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일부 고객들에겐 ‘소음’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자칫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내부 회의를 통해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음’이 문제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전광(안내)판’을 설치해서라도 내·외국인 및 장애인 관광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다”면서 “이처럼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은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일 제주 지역에 태풍급 강풍이 발생하면서 제주 출발 항공기 82편, 도착 91편 등 모두 173편이 결항돼 관광객 1만5000여명이 발이 묶였다. 이와 함께 순간최대풍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육모 비닐하우스가 완전히 부서지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