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강요배’ 마음을 엿보다
‘40대의 강요배’ 마음을 엿보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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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강요배 초대전…몽골초원·공재선생 측면상 등
마흔 무렵 귀향후 작업한 24점 전시…3일부터 6월 30일까지
▲ 강요백 작 '공재 선생 측면상'(2014)
▲ 강요백 작 '몽골의 사나이들'(1996)

강요배 화백하면 가슴아픈 제주4·3을 동시에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4·3은 강 화백이 천착한 여러 상념의 한 가지일 뿐이다.

최근 제주지역의 굵직굵직한 문화예술기관에서 잇따라 초대전을 가지며 외부 나들이가 부쩍 잦아진 강 화백은 얼마전 본 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고민의 방향은 역사만이 아니다. 나이에 따라 고민과 관심의 대상이 조금씩 달라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강 화백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만나는 귀한 자리가 마련된다.
 
서귀포시이중섭미술관이 오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달간 제27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작가 강요배 화백 초대전을 개최한다. 전시 타이틀은 '시간의 창'. 강 화백이 서울 생활을 끝내고 마흔살 무렵 고향 제주로 돌아와 그린 작품들을 묶었다. 
 
'이중섭미술상'은 한국 현대 미술사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이중섭의 예술사를 기리기 위해 조선일보 미술관이 1988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강요배는 지난해 수상했다. 수상자의 작품이 제주 이중섭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은 지난 2009년 김상유 화백(1990년 제2회 수상자) 이후 두번째다.
 
195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창문여고 교사를 거쳐 민중미술 1세대 작가로서 활동했던 강요배는 ‘현실과 발언’ 동인의 일원으로 출발해 '제주민중항쟁사' 연작이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한국미술에 있어 역사적인 새 지평을 열었다. 
 
'제주민중항쟁사'는 1992년 강요배가 고려시대부터 제주 4·3까지 제주 지역의 민중 항쟁사를 주제로 그린 연작 역사화로, 작업당시 강요배는 경기도 파주 덕은리의 5평 남짓한 허름한 농가에서 3년 동안 50점을 완성했다. 그리고 마흔을 갓 넘긴 이듬해 제주로 내려와 옹포, 외도, 하귀, 귀덕의 작업실에서 그간 마음에 묻어두었던 제주의 지리와 자연, 식생에 대해 새로운 관찰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작 24점 중 가장 초기작인 바닷길(1993)은 이 무렵 창작한 것으로, 해안도로가 생기기 이전 잠녀들이 땅에서 바다로 나가는 시멘트길을 그렸다. 방문객들에게는 자연의 날 것이 사라지는 풍경이었겠으나, 일상의 풍경이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판단한 강요배는 바다로 연결된 시멘트 길을 하나의 상징적인 풍경으로 접근했다.
 
말 탄 몽골의 사나이를 담백하게 그린 1997년작 '몽골초원'은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선보이는 수채화다. 목탄으로 작업한 '石人'(1993)과 '공재선생 측면상'(2014)도 전시된다. 특히 '공재선생 측면상'은 강요배가 조선시대 최고의 자화상(국보 제240호)으로 알려진 공재 윤두서 자화상을 본 뒤 윤두서의 측면의 얼굴을 상상해 그렸다. 강요배의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을 엿볼 수 있다.
 
발리섬의 대표적인 화산을 현장에서 보고 그 자리에서 그린 '바투르산'(2012), 겨울로 접어들 때 추운 하늘 저편에 어리는 막대 구름을 포착한 '입동-초승'(2012)' , 이중섭과 박수근의 물고기 그림을 떠오르게 하는 '동태'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한 전은자 큐레이터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작품을 바라보면 시간을 향해 무한대로 열려있는 강요배의 마음의 창을 볼 수 있다"며 "제주에 의미있는 작가 강요배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더불어 앞서 강요배가 이중섭미술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이중섭미술상은 우리나라에서 작가정신이 치열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군 작가들에게 수여한다는 상징성이 있다"며 "강요배의 수상은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피난 와서 약 1년 간 안식처로 삼았던 '제주'의 출신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오는 4일에는 강요배의 강연이 마련된다. 문의=064-760-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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