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동·박봉·열악한 휴식공간’ 3중고로 고통
추가수당 없이 휴일도 근무…月 150만원 수준

“챙챙챙…챙챙챙…”
28일 오전 7시께 제주시 A종합병원 2층. 진료실들이 몰려있는 이곳은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청소노동자들만이 빗자루, 대걸레, 세정액 등 각종 청소 도구가 담긴 쇠수레를 끌며 진료실들을 부지런히 오갔다.
2층을 담당하는 박미홍(가명)씨는 새벽 6시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박씨는 “수간호사나 의사선생님들이 출근하는 오전 8시30분 전에는 진료실들을 모두 청소해야 한다. 그 넓이가 몇 백 평이나 돼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 2층은 축구장만큼 넓었다. 이 공간을 청소노동자 4명이 구간을 나눠서 청소했다. 박씨는 “온종일 같은 동작으로 대걸레질하고 나면 어깨가 남아나질 않는다. 오후 4시에 퇴근하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고 했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 6일을 일했다.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9시간, 주 54시간을 일했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박씨는 “휴일에도 일하지만, 추가 근무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일해서 받는 돈은 150만원”이라며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이는 최저시급 6030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다.
27일 오후 3시30분께 제주시 B종합병원 5층 병실에서 만난 김정자(가명)씨도 정신없이 청소 중이었다. 김씨는 “오전 7시에 나와서 오후 5시까지 일한다”며 “이 많은 병실을 청소하려면 빨빨거리며 다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김씨는 5층 82개의 병실을 동료 한 사람과 함께 청소하고 있었다.
이처럼 중노동에 시달리는 미화노동자들을 더욱 지치게 하는 것은 병원 안에 편히 쉴 곳이 없다는 점이다. 청소노동자들은 ‘물품보관실’에서 쉬고 있었다. 이곳에는 청소기, 세제 등 청소도구와 각종 의료기기와 침대 매트리스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이곳에서라도 잠깐이라도 몸을 뉘게 해줘서 고맙다”고 힘없이 말했다.
제주시 C종합병원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병원 1층 복도 여자 화장실 배관피트실에서 청소노동자 현애자(가명)씨가 잠시 숨을 돌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1평 남짓한 공간에 현씨는 각종 청소도구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현씨는 “병원 11층에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바쁜 근무시간에 거기까지 가서 쉴 수는 없다. 밖에 손님들 앉는 자리에 앉기도 좀 그래서 이곳에서 잠깐 쉰다”고 말했다.
‘중노동’과 ‘박봉’, 그리고 ‘열악한 휴식 공간’은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하루하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단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