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산림을 무차별 훼손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적이 드문 중산간지역도 아니다. 도민과 관광객들의 대표적 힐링 공간인 한라수목원 인근에서 이 같은 일이 버젓이 저질러졌다. 그동안 관련당국은 뭘 했는지, ‘방조 의혹’마저 들 정도다.
A씨는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벌금형 처분과 피해복구 명령을 받았다. 한라수목원 인근 속칭 ‘어위창’으로 불리는 V자(字) 계곡 형태의 임야 577㎡를 불법으로 산지전용한 혐의였다.
이에 A씨는 산림 피해면적보다 5배(2687㎡)가 넘는 면적에 대한 복구공사 계획서를 제주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이었다. 실은 B씨와 사전 공모(共謀)해 이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개발키로 하고 피해복구 면적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이들은 복구를 빌미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대적인 공사를 벌였다. 외부에서 25t 덤프트럭 1100대 분량의 토석을 반입, 계단 형태의 평탄작업을 통해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땅으로 만들고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복구공사계획 구간을 넘어 절대보전지역까지 침범하는 등 무차별로 산림을 훼손했다. 입목을 베어내 땅속에 매립하고 절·성토와 평탄작업을 반복하면서 절대보전지역 3169㎡를 포함 훼손한 면적만 4156㎡에 이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당 임야에서 한라수목원 산책로까지 이어지는 급경사면에 6m 도로개설 설계도면을 만들고, 절대보전지역 내 170m 구간에 PVC관을 매립했다. 모두가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것으로 일종의 ‘사기(詐欺) 행위’였다. 이로 인해 훼손된 산림은 총 6843㎡로, 최초 적발된 577㎡보다 무려 11배가 넘는 산림을 마구잡이로 훼손한 것이다.
관련당국이 면적을 5배나 늘린 복구공사 계획서와 관련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거나, 복구현장을 단 한번이라도 방문했더라면 이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차익(差益)을 노린 개발업자 못지 않게 관리에 소홀한 행정의 책임 또한 매우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공무원들이 탁상(卓上)을 떠나 현장행정에 주력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