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사각지대 해소 사업 관심 절실
“우리 마을에 영화관이 생기면 구경가주게. 난 어려서 시집 와서 애 키우고 일만 하당 보난 영화라는 걸 봐 본적 어서. 그런 것이 우리 동네에 생기면 손주랑 손녀랑 손심엉 가크라.”
제주시 한경면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는 좌춘림 할머니(78)는 마을 영화관이라는 말에 두통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다가 금세 싱글벙글 신이 났다. 그러나 마을 영화관인 ‘작은 영화관’은 현재까지는 ‘희망사항’이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는 극장이 없는 도내 읍면 지역에 ‘작은 영화관’을 건립하는 사업 공모를 추진하며 관심을 모았다.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공모에서 작은 영화관에 대해 도내 읍면 지역 2곳의 문의가 있었지만, 21일까지 신청은 전무한 상태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작은 영화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지 못하는 전국의 지자체 주민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극장 부재 지역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지원 중이다. 현재 전국에는 21개의 작은 영화관이 운영 중이며, 올해 8개소가 늘어날 예정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작은 영화관을 이용한 총 관객 수는 67만 명으로 지역민 평균 1명 당 한 번씩 영화를 관람(인천 강화)하거나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며 산교육장의 역할(강원 홍천)을 하는 등 문화 소외지역에 문화 향유 공간으로써 성공적으로 운영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개관한 전라북도 장수군의 작은 영화관은 2014년에 인구의 두 배가 넘는 4만 270명이 영화관을 찾은 것으로 집계 돼 시골 주민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영화관 건립비용은 문체부에서 50% 지자체에서 50%를 충당한다. 제주도는 22일 공모 신청 접수가 완료되면, 4월 중 심사위원회를 구성, 심의를 통한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2000년 중반에 접어들며 제주도의 소규모 극장인 제주시 중앙로 아카데미극장, 칠성로 피카디리 극장, 동문로터리 씨네하우스 등은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연이어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 읍면지역 ‘작은 영화관’의 등장은 단관 극장이 사라지는 현 시대에서 옛 추억과 낭만을 되살릴만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민문화향유 실태조사를 하면 향후 경험하고 싶은 문화예술 활동으로 항상 영화가 1위로 꼽히고,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문화예술 장르는 영화로 나타난다”며 작은 영화관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문체부는 오는 2017년까지 ‘작은영화관’이 90개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전국의 지자체와 협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