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잣대’로 대관 무산된 강정영화제
‘정치적 잣대’로 대관 무산된 강정영화제
  • 제주매일
  • 승인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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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통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영화인들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 ‘BIFF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가 올해 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기 때문. 영화인들이 참가를 거부하며 내세운 이유는 ‘영화제의 독립성 보장과 표현의 자유’였다.

제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서귀포예술의전당이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대관 신청을 끝내 거부했다. 영화제에서 상영될 34편에 대한 목록을 요구하며 사실상의 ‘사전 검열(檢閱)’까지 해놓고 막판에 대관을 불허한 것이다.

예술의전당측이 내건 거부 사유는 영화 중 7편이 정치성을 띠고 있어 편향(偏向)될 우려가 있다는 것. 하지만 주된 이유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된 영화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이 정치 편향을 우려하면서 스스로가 ‘자의적인 판단과 정치적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이 문제는 도의회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문화관광위는 대관 불허(不許)에 따른 입장 발표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줘야 할 문화예술 활동을 아무런 법적인 근거도 없이 정치적 시각의 잣대로 통제하고 있다”며 서귀포시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양윤모)도 대관(貸館) 불허 결정과 관련 행정소송을 예고하고 나섰다. 집행위는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법률이나 조례가 아닌 서귀포예술의전당 내부 운영규정에 의거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가 강정 주민의 고통과 함께 한다는 이유 등으로 당국에게 거부당한 것은 분노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부 입맛에 맞는 영화만 상영 가능하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이게 바로 ‘문화융성’을 부르짖는 제주문화행정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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