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그린’ 분양가 완승인가 완패인가
‘꿈에그린’ 분양가 완승인가 완패인가
  • 김철웅
  • 승인 2016.0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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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869만8000원 결정
대기업 인상 시도 무산시킨 결정
‘미친 척’ 시행사에 사필귀정

문제는 정말 적정가인가
삭감 예상한 ‘거품’ 만들기 의혹
깎은 것만 잘했다는 ‘착시’도

대기업 한화의 ‘완패’다.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기단지 ‘꿈에그린’ 아파트 최종분양가 결정 과정에 대한 외견상의 평가다. 제주도분양가심사위원회는 지난 15일 회의를 개최, ‘꿈에그린’ 시행사의 인상요구를 일축하고 아파트 410세대의 분양가를 3.3㎡당 869만8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1월27일 내려진 1차 분양가심사위원회 결정에서 단 1원의 변동도 허용하지 않았다. 재심사 요구 등 시행사인 하나투자신탁, 아니 깃털에 감춰진 ‘몸통’인 한화의 아파트 분양가 인상 시도가 완전히 무산된 양상이다.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아파트 분양가는 기업의 수입을 넘어선 도민들의 주거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인상은 해당 아파트 입주자의 부담 증가는 물론 인상된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 인상 도미노까지 야기하곤 한다.

아울러 대기업에 휘둘리지 않는 제주도의 모습도 본 것 같아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뿌듯함까지 느낀다. 분양가 심사와 재심사 요청 과정에서 대기업 한화의 시행사가 보인 제주도를 농락하는 듯한 모습에 도민들의 분노가 없지 않았다.

하나자산신탁이 당초 지난해 12월 심사 요청한 3.3㎡당 분양가는 965만원이었다. 그런데 제주도가 ‘보완’을 지시하자 한 달 후 3.3m²당 25만원을 올린 990만원으로 심사요청을 해온 것이다. 시행사 측은 서류 보완 과정에서 지하설비 공동구의 공사비 산정 잘못이 확인, 조정하면서 금액이 올랐다는 ‘이유’를 댔다.

도민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미친 척’이었다. 보완조치의 이유는 공식적으론 신청 서류의 미비였지만 실제는 제주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분양가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었다. 그런데 3.3m²당 990만원을 들이밀었다. 제주 아파트 사상 최고 신청액이다. 종전은 2012년 노형아이파크2차의 983만원이었다.

보완지시는 분양가를 내리라는 제주도의 ‘신호’였음에도 불구, 하나자산신탁은 되레 25만원을 올려버렸다. 행정기관인 제주도에 대한 ‘도전’이면서 제주도민에 대한 ‘도발’로 읽혔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1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결정은 3.3m²당 869만8000원, 요청액에서 120만2000원을 삭감해 버렸다. 그러자 시행사는 ‘역시나’ 반발, 심사위 결정액보다 42만2000원을 올려 912만원으로 재심사를 요청했다가 이번에 다시 ‘인상 불가’ 결정을 받은 것이다.

사필귀정의 기분이다.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우습게 여긴 대기업의 ‘오만’에 대한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결단’에 응원을 보낸다.

차제에 제주도의 ‘힘’을 보여주자. 오는 정 가는 정이라고 했다. 분양이 시작돼 ‘이해관계자’가 발생하기 전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정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어설픈 ‘도발’에 대한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그런데 분양가 심사를 통해 제주도가 완승을 거둔 것 같긴 하지만 어찌 개운하지 못하다. 과연 3.3㎡당 869만8000만원이 적정 가격일까 하는 의문이다. 대기업의 한 수 높은 ‘엄살’에 깎은 것만 잘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대한 우려다.

도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크다곤 하지만 사회 공공재나 다름 없는 주택은 원가를 기준으로 공급돼야 한다. 더욱이 꿈에그린이 들어서는 곳은 도심지 ‘아이파크’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저렴한 공동주택용지다. 사실 JDC가 이 부지를 ‘헐값인’ 3.3㎡당 116만원에 매각할 때 예상한 적정공급가는 750만원이었다. 실제와는 3.3㎡당 120만원, 30평이면 3600만원 차이다.

결국 이긴 것 같으나 진 것 같다는 찜찜함이다. 당초 서류를 보완하며 965만원에서 990만원으로 올린 것은 디스카운트 당할 것을 미리 예견한 ‘신의 한 수(업자의 입장)’라는 의혹도 가져본다. 구멍가게도 아니고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지어 장사하는 대기업이 인상요인을 챙기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재심사 요청도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니더라도 걷혀질 거품보다 더 많은 거품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만일 그들이 ‘꿈에 그린’ 대로 분양가가 결정됐다면 제주도의 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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