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돼야 할 시간들...'세월호 2주기'"
"기억돼야 할 시간들...'세월호 2주기'"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0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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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주 추모문화제 거행
비날씨 속 많은 시민들 참석
"슬픔 진행중 진상조사 필요"
▲ 세월호 희생자 추모문화제가 지난 16일 제주시청 벤처마루에서 열렸다. 이날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며 그날의 아픔을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2년의 세월이 흘렀다. 304명의 목숨이 맹골수도 바닷물 속으로 스러져버린 뒤, 그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던 시간. 어떤 이들은 일상 속에서 세월호를 잊어버렸지만, 어떤 이들은 묵묵히 희생자들을 가슴에 품었다. 그들은 세월호를, 그리고 떠나간 이들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제주에 비바람이 불어 닥친 16일 오후. 거친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제주시청 앞 벤처마루로 모여들었다.

이날 ‘세월호참사대응 제주대책회의’의 주최로 열린 추모문화제는 추모 공연과 시민들의 자유 발언 등으로 꾸며졌다. 200석 규모의 추모 공간이 시작도 전에 꽉 찼고,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시민들은 바닥에 앉거나 복도에서 추모행사를 지켜봤다.

복도에 앉아있던 대학생 성지은(19·여)씨와 이민수(23)씨는 사건이 터졌던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슬프다”고 입을 모았다. 성씨와 이씨는 “참사 당시 정부가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면 많은 희생자를 구할 수 있었다”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국제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영국인 사이먼 데이비스(46)씨는 “영국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 발생 시 진상규명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오랜 시간 많은 시민이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고 지속해서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추모문화제가 시작한지 한참 지났어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애인, 대학생, 주부,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찾았다. 추모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유가족들이 버텨온 2년의 시간이 영상을 통해 나오자 사람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를 지켜보던 박주영(50·여)씨는 “참사 당시 TV로 생중계되는 걸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죄책감이 들었다”며 “2년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은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울고 있고, 아직도 희생자 9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정훈(53)씨도 “세월호 참사는 그 자리에 우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국민 모두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희생자들이 우리 대신 죽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희생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빚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자녀들과 함께 추모문화제를 찾은 한순제(35·여)씨는 “이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좋은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계속 슬퍼하며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기억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모행사의 마지막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불렀다. 사람들은 눈물을 닦고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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