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새누리당의 대참패(大慘敗)였다.
‘4·13총선’ 최종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겨우 122석(비례대표 17석 포함)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에 야권은 수도권에서 압승(壓勝)한 더민주당이 123석으로 원내 1당에 올랐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무려 38석을 건짐으로써 ‘제3당’의 지위를 확고히 굳혔다. 또 정의당이 6석을 얻었으며, 무소속 당선자도 무려 11석에 이르렀다.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은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견제와 변화’를 선택한 결과다. 소통을 외면한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 공천파동 등으로 상징된 집권여당의 오만 방자함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 같은 거센 흐름은 제주지역에도 그대로 불어 닥쳤다. 이번만큼은 최소한 1~2석 정도 건질 수 있을 것이란 새누리의 기대는 성난 민심(民心)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제주도민들은 12년을 넘어 무려 16년 연속 더민주당에만 국회의원의 기회를 주고 중책을 맡긴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새누리당은 ‘국민 뜻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들이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해 주셨고 저희는 참패했다”며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다시는 국민을 실망하게 하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 해야 한다는 자성과 함께 지난 2004년 탄핵 정국에서 가졌던 천막당사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번 총선 참패로 새누리당은 ‘난파선(難破船)’의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를 포함 지도부가 줄줄이 사퇴한 가운데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 또한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禍)가 복(福)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법이다. 그것은 정치권은 물론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누구도 오만방자해선 결국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러기에 항시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고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4·13 총선(總選)이 남긴 ‘값진 교훈’이다.
제주는 이번에도 새누리 대신 더민주당 후보들을 선택했다. 당선자들은 본인의 영예이기에 앞서 막중한 책임감부터 느껴야 한다. 부디 초심(初心)을 잃지 말고 이 지역과 나라의 발전,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선량(選良)이 되기를 기대한다. 도민들 역시 다소 과열됐던 선거 분위기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이제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