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놈 ‘사가지’ 있는 분
‘싸가지’ 없는 놈 ‘사가지’ 있는 분
  • 박인옥
  • 승인 2016.0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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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인성교육이 문제
재벌2세가 희망인 아이의 불만
“아버지가 노력하지 않아요”

사회적 함의 담은 대책 절실
어른 공경할 줄 모르는 젊은이들
세태 탓만 말고 행동하자

“너희들 민자 소식 들었니? 걔 딸이 결혼 보름 만에 이혼하고 돌아왔대. 그래서 창피해서 오늘 못 나온 거야” 평소 밝고 명랑하던 친구가 모임에 안 나온 이유였다. 사달은 신혼여행 직후 새신랑이 출장을 가게 됐고 그 기간에 새신부의 생일이 겹치면서 발생했다. 새신랑은 자기 어머니에게 “돈 드리고 갈테니 아내를 데리고 나가서 생일 선물로 나 대신 옷 한 벌 사 주셔요”부탁을 했다.

이에 시어머니는 새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 선물을 하고 싶으니 백화점 로비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어온 문자에 시어머니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엄마! 나 오늘 엄마에게 못 가. 시어머니 년이 갑자기 생일 선물 사준다고 나오라고 해서 나가는 중이야. 짜증나 죽겠어. 그냥 돈으로 줄 것이지 무슨 옷을 사주겠다고 지랄이야” 확인해보니 며느리가 친정엄마에게 보내려던 문자를 잘못 보내서 시어머니에게 보낸 것이었다.

그 문자를 받은 시어머니는 부들부들 떨며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시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출장 다녀온 아들을 앉혀 놓고 “호적을 파고 인연을 끊고 살 거냐? 아니면 이혼하겠냐?” 해서 결국 친구 딸이 보름 만에 이혼 당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구동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결혼한 지 보름 된 며느리가 그런 소릴 하니, 애라도 하나 낳고 살다보면 더하면 더 하지 덜 하겠냐”는 친구도 있었다. 민자는 딸을 키우며 고등학교 때까지 양말을 신겨주고 매일 등하교를 시켜주고 모임에서도 딸애 간식 챙겨줄 시간이라며 앉자마자 갈 때가 많았다. 결국 그렇게 귀하게 키운 딸이 한달도 안 돼 이혼을 당했으니 누구 탓을 하겠는가!

요즘 엄마들은 대학생 자식의 수강 신청을 대신 해주고 리포트도 써준다던데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싶다. 구닥다리 얘기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때는 형제가 보통 넷 다섯 되다 보니 부모가 일일이 신경도 못 써주고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형제간 우애가 있었다. 먹이고 가르치시느라 힘드신 부모님의 잠든 모습에도 마음이 짠하기도 했었다.

모든 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이기적인 면이 많아서 앞으로 밥이나 얻어먹겠나 싶을 때가 있다. 학생에게 “너는 장래 희망이 뭐지?” 하고 물으니 “재벌 2세요” “그래서 무슨 노력을 하고 있지?” 묻는 선생님께 “아빠가 통 노력하지 않아요” 했다고 한다. 아빠가 재벌1세여야 자신이 재벌2세가 된다는 얘기다. 스스로 노력할 생각이 없다.

인성 교육도 말뿐이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교육을 한다는 필자조차도 암담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인성교육이 몇 시간 가지고 될 것인가? 밥상머리 교육부터 했어야 하는데.

지하철에서 애정 행각이 너무 심한 것을 야단치는 할아버지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내리는가 하면, 지하철 자리에 틈이 생겨 무거운 가방 좀 올려놓으려 했더니 “아줌마 바닥에 놓으세요”하는 아가씨도 있었다. 오기로 굳이 가방을 끼워 넣기는 했지만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저런 애가 며느리로 들어오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교사들 강의를 가면 문제가 생길까봐 학생이 잘못해도 야단치지도 않고, 부모교육을 가면 정작 와야 할 엄마들은 참석조차 안한다. 이러니 속된 말로 아이들의 ‘싸가지’가 없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사회적 함의를 모아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제목에서 말하는 ‘사가지’란 4가지 마음이다. 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각각은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 ‘선악시비를 판별하는 마음’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는 마음’ ‘부끄럽게 여기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우리가 정말 ‘사가지’를 지닌 어른이라면 ‘싸가지가 없는’ 요즘 세태를 탓하지만 말고 앞장서서 진정한 인성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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