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 길 못 찾아 불편

“유권자들과 술래잡기 하자는 거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뤄지던 13일 오전 제주시 도련 1동 경로당(삼양동 제3투표소). 경로당 앞으로 투표하러 온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날은 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즐거운 날이지만, 투표장을 찾은 주민들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한때 주민들이 선관위 관계자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김모(42)씨는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좁고 외진 곳에다가 투표소를 정하면 어떡하냐”며 “안내라도 잘 해주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않아서 투표소까지 오는 데 애를 먹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모(35)씨도 “어렵게 투표장에 왔더니 눈에 띄는 건 아이돌 스타가 나온 선거 홍보 현수막”이라며 “이런 데 신경 쓸 시간에 투표소를 접근성이 좋은 곳에 놓을 생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투표 장소까지 걸어보니 투표장이 도로 포장도 잘 안 된, 외진 곳이어서 위치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투표소의 위치를 설명하는 푯말도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아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투표장인 경로당도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이날 투표를 하러 온 한모(34‧여)씨도 “위치를 도저히 못 찾아서 택시 기사님과 함께 지도를 보며 이곳까지 찾아왔다”며 “근처에 오름중학교, 도련초등학교도 있고, 심지어 경로당 앞에 넓고 잘 보이는 마을회관도 있는데 선관위에서 왜 이곳에 투표장소를 정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몇 년 새 도련 1동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지역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취재 결과 선관위는 이번 선거 장소를 선정할 때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게다가 주민들에게 선거 장소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원래 도련 1동에는 주민들이 많지 않아서 선거 때마다 이곳에서 투표가 진행됐다”며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입주가 올해 2월부터 진행돼 미처 주민들 수를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다음 선거 때부터는 아파트 인근 학교에 투표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