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선거 당일인 13일 오전, 궂은 날씨도 아라동제2투표소를 찾는 아라동 주민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아라동제2투표소인 간드락마을회관에서는 할머니 품에 안겨 투표소를 생애 처음으로 와봤을 갓난아기부터 마을 최고령 할머니, 부부와 대학생 자매, 단란한 가족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아라동제2투표소에서 김현녀(94·아라동)할머니가 최고령 투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할머니는 오전 10시15분께 정정한 모습으로 홀로 아라동제2투표소인 간드락마을회관을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김 할머니는 이날 “남편은 제주4·3항쟁으로 먼저 보냈고, 옆집에 아들과 손주와 함께 살고 있다”며 “아들과 손주는 일하고 있는데, 손주가 투표하라고 해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투표장을 찾은 이유를 말했다. 이어 “잘 모르겠다. 좋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간드락마을회관 관계자는 “저 분이 이 동네 최고령자”라며 “저 연세에 이렇게 혼자 투표소를 찾은 게 대단한 일이고, 할머니가 건강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집으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이도 있었다.
40대 현 모씨는 이 날 “당연히 해야한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하러 왔다”며 “지금 분위기가 3~40대는 적극 투표층이 늘고 있다. 지금 비가 오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신념과 기준으로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러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대부분의 아라동주민들은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아들의 손을 잡고 간드락마을회관을 찾은 한은진(39·아라동)씨는 “제가 바라는 국회의원에게 한 표를 주기 위해서 투표소에 왔다”며 “집에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투표하는 모습도 보여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또 “비가 와서 오히려 멀리 외출하기보다는 투표하러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주도에 이사 온 지 얼마 안됐는데 제주도를 위해서 열심히 일 해줄 국회의원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녀와 어린 손주와 함께 투표소에 온 50대 후반 장 씨는 “신성한 선거에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혼자 집에 둘 수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기억할 지 모르지만 아이도 배워야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의무도 지켰으면 좋겠다. 의무가 권리보다 먼저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마름을 헤아리고 대변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