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제주바다 ‘청정’은 옛말
겉과 속이 다른 제주바다 ‘청정’은 옛말
  • 제주매일
  • 승인 201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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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淸淨)’의 대명사로 불리던 제주바다. 이제 옛 명성은 사라지고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쓰레기 바다’로 전락했다.

서귀포시 문섬 일대의 수중(水中)만 해도 그렇다. 원래 이곳은 연산호가 울긋불긋 수를 놓고,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범돔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비경(秘境) 중의 비경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김석철 제주해양환경연구소장 일행이 문섬과 새끼섬 정화활동에 나선 결과, 지금은 어선과 낚시꾼 등이 버린 각종 오물들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입수한 지 30분쯤 흐른 뒤 가쁜 숨을 쉬며 올라온 김 소장은 혀를 내둘렀다. 온갖 쓰레기가 수중에 켜켜이 쌓여 해양 생태계가 극심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바닷속에는 컵라면 용기부터 스티로폼과 목재, 술병과 음료수 캔, 밧줄과 어망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김 소장과 함께 수중 정화활동에 나섰던 스쿠버 다이버 나경아·이태훈씨 손에도 폐어구(廢漁具) 등 다양한 해양 쓰레기가 들려 있었다. 모두 수심 50m까지 내려가 건져낸 것들이다. 나경아씨는 “팔뚝만한 굵기에 새끼섬 반바퀴 정도 길이의 밧줄이 연산호 군락(群落)마다 뒤엉켜 있었다”며 “당장 수거하기가 어려워 일단 밧줄만 자르고 나왔다”고 한숨을 지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쉽지만 치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금 제주 바닷속은 최악(最惡)의 상태다. 더 이상 방치했다간 본래의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바다 환경 및 어장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국이 중심이 되어 대대적인 정화활동에 나서야 한다. 도민들의 의식 전환과 함께 적극적인 동참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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