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섬 술병·폐어구 등 각종 쓰레기로 ‘몸살’
행정의 지속적 관심·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6일 오전 10시40분 서귀포시 서귀동 문섬 바로 옆의 새끼섬. 서귀포 항에서 스쿠버 장비를 싣고 배에 오른 뒤 부두를 벗어난 지 채 10분도 안 돼 도착할 정도로 가까웠다.
구름 많은 흐린 날씨였지만 물결은 잔잔해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배에서 내린 김석철 제주해양환경연구소장과 나경아·이태훈씨는 금세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스쿠버 다이버로 변신했다.
이들은 허리에 납 덩어리로 만들어진 웨이트 벨트를 두른 뒤 공기통과 부력조절기와 메고 첨벙 소리를 내며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중 정화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문섬은 연산호가 울긋불긋 수를 놓고,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범돔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곳이다. 하지만 어선과 낚시객 등이 버린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양 쓰레기는 바닷물에 잠기는 것들이 많아 생태계를 멍들게 하는 것은 물론 어민들의 조업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수한 지 30분쯤 흘렀을까. 김 소장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뭍으로 올라왔다. 김 소장은 손짓을 하며 “쓰레기가 수중에 쌓여 있어 해양 생태계를 해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실제 바닷속에는 컵라면 용기부터 스티로폼, 목재, 술병, 음료수 캔, 밧줄, 어망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몇 분 후 나씨와 김씨도 새끼섬으로 올라왔다. 그들의 손에는 폐어구 등 다양한 해양 쓰레기가 들려져 있었다. 수심 50m까지 내려가 건져낸 것들이다.
나씨는 “팔뚝만한 굵기에 새끼섬 반바퀴 정도 길이의 밧줄이 연산호 군락마다 뒤엉켜 있다”며 “지금 당장 수거가 어려워 일단은 밧줄만 자르고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쉽지만 치우는 것은 어렵다”며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의 자발적 참여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일부를 건졌지만 여전히 바다 안에 많은 쓰레기가 남아 있다”며 “제주 바다 보호를 위해서는 행정의 지속적 관심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