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도 이승현, 저기도 이승현이다.
시즌이 끝난 프로농구, 프로배구를 비롯해 최근 개막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도 이승현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이승현이라는 이름으로 각 프로스포츠를 점령하고 있는 4명의 선수는 저마다의 스토리로 해당 종목 팬들의 가슴을 불태우고 있다.
4명의 이승현 중 가장 돋보인 활약을 펼친 이는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24·197㎝)이다.
그는 수준급 정통센터가 없는 오리온의 골 밑을 책임지며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모든 에너지를 코트에 쏟아냈고, 전주 KCC와 챔피언결정전에선 24㎝나 더 큰 하승진(221㎝)을 틀어막았다.
그는 우승을 위해 링거를 맞는 투혼을 보이며 챔프전 MVP를 거머쥐었다.
축구선수 이승현(31)은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경험한 선수다.
출발은 좋았다. 2006년 부산 아이파크의 우선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부산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이승현은 2011년 전북 현대로 이적했지만, 곧바로 상주 상무에서 군 복무를 했다.
전북에 복귀한 2014년엔 그의 자리가 사라졌다.
그는 전북이 정규리그 2연패를 하는 동안 벤치에 앉아 동료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유계약(FA)신분을 얻은 이승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 FC로 이적했다.
신의 한 수였다.
'저니맨' 이승현은 뒤늦게 빛을 발했다.
그는 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FC와 K리그 클래식 홈 경기 1-1로 맞선 후반 44분 극적인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만년 엑스트라였던 이승현은 '수원극장'의 당당한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투수 이승현(25)도 최근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경험했다.
지난 2010년 데뷔한 이승현은 음지에 웅크려 있다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16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4-4로 맞선 연장 11회초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연장 12회말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로 LG는 5-4로 승리했고, 이승현은 뒤늦게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팀의 개막전, 시즌 첫 경기에서 7년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둔 이승현은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말씀을 잘 못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프로배구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승현이 있다.
우리카드의 세터 이승현(30)이다.
그는 2011-2012시즌이 끝난 뒤 방출돼 1년간 공백기를 가졌다가 실업팀 부산시청, 상무를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우리카드에 입단했다.
그는 우리카드의 2015-2016 정규리그 첫 승 수훈선수로 뽑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