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근현대사박물관이다. 그만큼 무게감과 권위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간한 청소년 교육용 자료가 ‘제주4·3’을 크게 왜곡(歪曲) 기술하고 있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교재는 역사박물관이 제작 보급한 청소년용 만화 ‘6·25전쟁’이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된 만화(漫畵) 교재는 ‘6·25전쟁’을 중점 설명하면서 당시를 전후해 벌어진 제주 4·3사건을 짧게 언급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균형 잡힌 시각’은 고사하고 우익(右翼) 측의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보인다. 만화에 나오는 설명글을 보면 너무나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다.
‘1945년(48년의 잘못)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이 주도한 무장반란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제주도는 총선거 과반수 미달로, 유일하게 5·10 총선거를 거부한 지역이 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공산주의자 소탕작전에 박차를 가한다. 1949년 5월이 돼서야 무장 반란세력이 대부분 소멸된다.
그림 역시 소탕(掃蕩)작전을 다루는 컷은 ‘두더지 때리기’로 묘사됐고, 반란세력 소멸 부분에선 ‘소탕 끝!’을 외치며 만세를 부르는 군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비록 ‘진압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되는 비극(悲劇)을 낳았다’는 내용도 실려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남로당이 주도한 무장 반란을 소탕한 것’이 바로 ‘4·3사건’이란 뉘앙스가 물씬 풍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해당 책자가 국립박물관에서 발간됐다는 점이다. 더욱이 문제의 교재를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도 검토 중이었다니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제주4·3’ 왜곡 및 홀대와 관련 근본적이고도 지속적인 대응방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