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과 등지고 ‘安保’ 말할 건가
지역주민과 등지고 ‘安保’ 말할 건가
  • 제주매일
  • 승인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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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의원들이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하며 해군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4일 ‘해군의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권(求償權) 청구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입장 발표에는 여와 야를 막론하고 도의원 40명 전원이 서명했다.

앞서 해군은 제주민군복합항 구상권 행사를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삼성물산이 시행한 항만 제1공구 공사와 관련 공기 지연으로 발생한 추가비용 275억원 중 34억5000만원을 5개 단체 121명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에 대해 도의원들은 “10년이 다 되도록 엄청난 분란(紛亂)을 겪어야 했던 강정마을이 또다시 갈등에 휩싸일 위기에 봉착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법적인 소송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용납될 수 없다”고도 밝혔다.

해군이 ‘돈’으로 주민들을 옥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주민들은 해군관사 공사방해 과정에서의 행정대집행비용 8900여만원과 각종 벌금 등으로 3억여원을 부과 받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해군은 대림건설이 시행한 항만 2공구 공사와 관련해서도 손실비용을 청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상권 청구는 새로운 갈등(葛藤)을 유발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도의원들이 입장 발표를 통해 “강정주민들이 각계에 호소하고 있는 피 끓는 심정을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안보의 기본은 총과 칼이 아니라, 국민의 단합된 힘이다. 좋든 싫든 해군과 강정주민은 앞으로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금 해군의 행태를 보노라면 마치 지역 주민들을 ‘타도해야 할 적(敵)’으로 여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인용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주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군도 바로 설 수가 없다. 향후 지역주민을 등진 채 ‘안보(安保)’를 말할 것인가. 해군은 구상권 청구를 즉각 철회하고 갈등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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