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IoT 등 융복합첨단기술 필수
여전한 ‘제조업마인드’ 개선 시급
이제 지구촌에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올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가 바로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이었다. 인공지능(AI)·IoT(사물인터넷) 등 첨단의 IT기술들이 제조·의료·물류·관광 등 모든 분야에 융복합돼 우리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은 현재 ‘4차 산업혁명’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럼 우리 제주도는”하고 질문을 던져본다. 외견상 제주도는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인구의 유입과 세수의 증대, 폭발적인 관광객의 증가 및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의 테스트베드 등 타 지자체가 부러워할 아이템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니다. 여전히 과거 제조업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어 안타까운 게 한 둘이 아니다. 지난주에 막을 내린 ‘국제전기차엑스포’도 전시된 내용은 전기차 완성업체·배터리·배터리 충전기기 등 모두가 하드웨어(H/W) 일색이었다. 소프트웨어(S/W)기반의 콘텐츠는 하나도 없다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전기차는 스마트카로 귀결될 것이고, 이는 무인주행·자율주행·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등 첨단 소프트웨어의 집적된 결합체인데 이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올해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최대 화두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인 스마트카였고, 수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S/W기반의 스마트카 플랫폼을 전시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한참을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카본프리 2030에 대한 비전도 좋고, 제주도가 세계최초의 전기차 테스트베드인 것도 좋다. 하지만 우리 제주기업들이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면서 전기차 전·후방 사업에서 제조업으로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제주도의 자랑 ‘관광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3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방문했지만 제주도에 낙수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광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화교자본’은 이미 도내에 그들만의 버스-호텔-음식점-쇼핑센터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관광사이클을 만들고 열매를 챙기고 있다.
저가패키지 관광 또한 그렇다. 정부와 지자체가 미봉책으로만 일관, 중국인 여행객들은 제주 재방문 거부 등의 불만 섞인 통계만 연일 쏟아지고 있다. 여전한 관계 당국의 제조업시대의 마인드 때문이다. 사용자경험(UX)에 기반한 관광정책이 아닌 공급자 기반의 마인드로 관광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제주관광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개별여행객(FIT)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스마트관광’이 화두가 되고 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적으로 제주공항·중문관광단지·동문시장에 비콘(Beacon, 위치기반 근거리 통신기술)을 설치하고 있고, KT는 도 전역에 비콘 5000개를 설치한다고 한다. 이외 개별기업과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설치한 수천 개까지 감안하면 제주도는 곧 비콘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비콘이 수만개가 깔린다고 해서 ‘스마트관광’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 비콘은 어디까지나 H/W일 뿐이다. 내부의 핵심S/W인 SDK와 CMS플랫폼이 공개돼 관광종사자들에 의해 편리하게 활용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주도의 수많은 비콘 설치 계획들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비콘S/W에 대한 컨트롤(참여·공유·개방 등) 방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제주도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스마트관광’ 또한 제조업시대의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필패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주도의 소중한 자산들이 세계적인 흐름인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S/W기술과 융복합해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긴 안목과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