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아픔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주인공의 아픔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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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4·3평화문학상 시 김산·소설 정범종 수상

문학작품에서 제주4.3을 다룬지도 어언 40여년. 4.3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으로 4·3문학은 평화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 위해 매년 성장 중이다. 4·3의 역사를 바로잡고, 가끔은 힘없는 민중의 대변자 역할까지 하고 있는 4·3문학이 올해는 ‘아픔 극복’과 ‘평화에 대한 염원’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택)는 지난 2월 본심을 거쳐 시 부문에 김산 시인의 ‘로프’와 소설 부문에 정범종 소설가의 ‘청학’을 각각 제4회 4·3평화문학상 당선작으로 정했다.

지난 29일 두 수상자들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4·3평화문학상을 염두하고 집필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인공들의 개별적 아픔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제주도를 한 번도 방문 한 적 없다던 김산 씨는 영화 ‘지슬’을 보고 난 뒤부터 제주4·3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가 마주하게 된 4·3의 증거물들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4·3을 두고 관련 단체들 간의 입장차가 심하다는 거였다. 예전보단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이 결국 4·3을 오해하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던 김씨는 시 ‘로프’를 통해 상생의 이미지를 확장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로프’의 포인트는 무조건적인 애도가 아니”라며 “아픔을 공공의 고민으로 확장시키고 그걸 통해 모두가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소설 부문 당선자 정범종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씨는 “고려청자에 무늬를 새겨 넣으며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는 과정이 ‘평화의 마음’이라 생각했다”며 “4·3 역시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평화에 대한 비원’을 통해 아름다움으로 바꿔가야 할 때”라고 소망을 전했다.

두 명의 수상자들은 모두가 외지인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4.3은 분명 낯설었지만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만은 낯설지 않았다. 김씨는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전 2003년, 기업의 부당함에 울부짖는 광주 노동자의 일을 시로 옮겼고, 정씨는 평화에 대한 오랜 고민을 5년 여 간의 작업기간을 거쳐 소설로 완성했다.

두 수상자는 평화라는 것이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어려운 일이지만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 ‘평화의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작품의 마지막 구절과 장면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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