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두들겨 팼으면 치료는 못해줄 망정”
“실컷 두들겨 팼으면 치료는 못해줄 망정”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6.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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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회견…구상권 청구 해군에 ‘울분’
“마을땅·바다 빼앗다시피하고…양심 있어야”
▲ 강정마을회는 3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군이 제주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구상권 청구를 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박 민호 기자 mino77@jejumaeil.net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공사 지연에 따른 수십억대 구상권 청구를 제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정마을회가 “자신들의 잘못을 주민들에게 떠 넘기고 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강정마을회는 30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짓말과 협박, 폭력이 난무했었다”면서 “강제수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는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땅을 빼앗았고, 농사짓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농민들에게 군복을 입은 해군장교들이 몰려다니며 위협을 가해 쫓겨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강정마을의 땅과 바다를 강제로 빼앗은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면서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해군은 경찰력을 동원해 연행하고 기소해 수억원이 넘는 벌금폭탄마저 떠안겼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해군은 지금까지도 강정주민들과 상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민들에게 구상권 청구를 하는 것이 과연 상생인지 되묻고 싶다. 이제까지 실컷 두들겨 팼으면 치료는 못해줄 망정 건들지 않는 양심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고 반문했다.

공사지연의 책임은 마을 주민들이 아닌 자연재해와 제주도정의 공사중지 명령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민들은 “해군이 삼성물산에 물어준 손해액이 무려 273억원인데, 이중 해군이 공사 반대 주민 등에게 물리겠다는 액수는 34억5000만원”이라며 “결국 나머지 238억5000만원은 ‘태풍’에 의해 파괴된 케이슨과 제주도정이 공사중지를 명해 발생한 피해 액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제주도정이 내린 공사중지 명령 때문에 발생한 손해”라며 “그동안 해군이 얼마나 불법과 편법 탈법을 일삼으며 공사를 했으면 제주도정이 9차례나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공사중단을 위한 청문회까지 개최했겠느냐”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해군은 공사지연의 가장 큰 요인인 태풍과 제주도정에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힘없는 강정주민들에만 구상권을 청구 한 것”이라며 “결국 힘 있는 사람에게 아무소리 못하면서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양아치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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