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걸친 방제에 1200억원 투입
제거 소나무만 140만 그루
작업 중 인명피해까지 발생
고사목 제거로 오름 식생도 파괴
자연식생 자연에 맡겨두자
녹화사업 수종도 바뀌는 추세
소나무 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면서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최근의 점진적인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많은 재선충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소나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한반도 중부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베어서 훈증과 비닐 덮기를 통해서 재선충 확산을 막으려고 하나 역부족인 실정이다. 최근에는 천적백신을 통한 예방과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그동안 1차 방제(2013년10월~2014년4월·54만5000그루), 2차(2014년10월~2015년4월·54만4000그루)와 3차(2015년9월~2016년8월·35만그루)까지 1200억원의 예산을 투입, 140만여그루를 제거하거나 하고 있다. 문제는 대대적인 방제작업에도 불구하고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가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에 이렇게 노심초사하고 이유는 무엇일까. 소나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조림사업의 대표 수종으로 선정됐고, 제주도 오름들이 소나무로 조림됐다고 본다.
그리고 언론사들이 ‘흉측하게’ 붉게 변색된 소나무들을 보고 제주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한다고 질책한 것도 아마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소위 언론사의 강박관념, 즉 어떤 문제가 있으면 일단 비판을 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어떻든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재정지출이 이뤄졌고, 그 결과 관련 업체들의 수입과 종업원들의 소득이 늘어 조금이나마 제주 경기를 진착시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가파른 경사지에서 고사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인명피해도 발생, 사람의 목숨이 경시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사람 목숨보다 소나무가 더 중요할 수는 없다.
곰솔과 해송 같은 소나무는 관상용을 제외하면 목재로서의 가치도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향토수종들에 비해 특별히 취급해야 필요성도 별로 없다고 본다(영실이나 개미등 근처에 자생하는 황솔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삼성혈과 같은 문화유적지에 있는 수령이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은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 외에 학교와 공원 등에 있는 소나무들은 관상용으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역시 있다.
그리고 획일적인 재선충 방제, 특히 고사된 소나무 제거 작업은 환경의 황폐화를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재선충으로 피해를 많이 보는 지역은 경사가 가파른 오름일 경우가 많다. 이때 고사목 제거를 위해 거의 오름의 꼭대기까지 도로가 개설되며 초지가 벗겨지고 흙이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토사가 흘러내리며 오름 원형의 훼손뿐만 아니라 고사목 주변의 식생이 완전히 파괴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희귀한 동식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악덕’ 임야주인은 재선충을 핑계로 주변의 소나무에 약제를 투입, 자신의 임야에 있는 소나무 전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 그러면 당국은 소나무 제거를 위해 소나무 주변의, 아마 희귀한 식물일 수도 있는 잡목들을 깡그리 밀어버린다. ‘악덕’ 임야주인들은 제거하기 힘든 소나무와 ‘잡목’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녹화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테면 녹나무·느티나무·종가시나무·담팔수·먼나무 등 다양한 향토수종을 오름이나 임야에 심고 있다. 아주 오래전 소나무 위주의 녹화사업이 다른 수종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소나무를 억지로 살리기 위해서 재정을 투입하고, 인명 피해까지도 불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연식생 그대로 방임해 주는 것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겨울은 약간 춥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따뜻했기에 올해도 재선충이 왕성한 번식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른 ‘무모한’ 방제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소나무와 관련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