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 수입 급증…제주 농가 ‘위기’
열대과일 수입 급증…제주 농가 ‘위기’
  • 진기철 기자
  • 승인 20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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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수입량 연평균 5.8%↑…총 생산량 중 제주 42.1% 차지
고소득 작물 관심 집중…재배기술 개발과 안정적 판로가 관건

열대과일이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입량도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신중한 투자와 품질 제고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열대과일(망고, 패션프루트, 구아바, 용과 등) 재배면적은 106.6ha·재배농가는 264호인 것으로 집계됐다. 재배면적과 농가수는 각각 전년(58㏊·174호)보다 83.7%, 51.7%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열대과일 재배농가 중 33.3%는 제주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생산량은 494.1t으로 전체 42.1%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열대과일이 연중 고르게 수입되면서 국내 과일과 과채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신규투자와 함께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6년간(2000년~2015년) 열대과일 수입량은 연평균 5.8% 증가하면서 기타 과일(4.8%)보다 1%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수입액은 49억 달러로 전체 과일 수입액의 43.6%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전체 과일 수입은 3~5월 집중되지만 열대과일인 경우 연중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고, 열대과일 주요 수출국에 신규 FTA체결 대상국이 포함돼 있어 향후 수입선이 다변화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와 맞물려 열대과일이 고소득 작물로 주목받지만 재배기술 개발과 안정적인 판로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은 과거 수입 급증으로 국내 바나나·파인애플 농가 대다수가 문을 닫은 점을 교훈 삼아 열대 과일 재배를 위한 신규 투자 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 1980년대에 제주도를 중심으로 바나나와 파인애플 재배 농가가 급증했으나 199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에 따른 수입 자유화로 대부분 농가가 폐원했다. 바나나는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배해 1990년에 재배면적이 440.2㏊, 생산량이 2만1770t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제주지역 1개농가·1㏊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현재 국내 열대과일 재배기술 연구 및 보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농가 대부분이 자체 연구나 타 농가로부터의 기술전수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개별품목과 총생산량이 적어 합리적 수준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거래시장이 부재한 실정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최근 열대과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배면적도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또한 과세율 인하 등으로 수입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재배농가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안전성, 신뢰도 등 품질을 제고해 수입 열대과일과 차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수입자유화 영향으로 바나나 등의 재배농가 대부분이 폐원한 사례를 교훈 삼아 열대과일 재배를 위한 신규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며 “열대과일 생산 및 수입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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