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수 우울증 등 PTSD 시달려
행정 지원 ‘개점휴업’ 대책 절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다. 무심한 세월은 그렇게 흘러 벌써 2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국가적인 슬픔과 국민적인 충격도 조금씩 엷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은 물론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중 상당수는 오늘까지도 자살시도·이혼·실업·부적응 등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일명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다.
PTSD는 전쟁·자연재해·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직접 보거나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뜻한다. 환자들은 꿈이나 반복되는 생각에서 외상적 사건을 재경험하고, 전반적 기능장애나 우울증 등을 겪으며, 알코올중독이나 마약 남용과 같은 2차적 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주행 여객선이었던 세월호 승객 구조자 75명 가운데 24명이 제주도민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무려 75%인 18명이 불면증·무기력·극심한 감정기복 등 정신과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직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6명은 직업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세월호 피해자 대표와 유가족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그동안 받아오던 상담이나 치료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받지 못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 이전처럼 직업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지내며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하면서 심리적 지원과 직업재활 프로그램 등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에 세월호피해상담소가 있으나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2016년 예산이 제주도 보건위생과에 편성돼 있으나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기존에 받던 상담과 치료프로그램을 받지 못하고 있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예산 지원 주체가 바뀌는 것도 문제다. 세월호사건 이후 2015년 2월부터 6개월간 제주도 해운항만과에 이어 8월부터는 보건복지부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연말까지 운영되다 올해부턴 제주도 보건위생과로 업무가 넘어갔다.
이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세월호 피해자들의 어려움, 지원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뀐 문제, 현재까지 예산이 지원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위생과에서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대안 마련과 편성된 예산의 조속한 집행을 주문했다. 이후에도 조속한 지원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피해자가 공무원 자신들의 가족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겠는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집행부의 방관자적 태도가 세월호 피해자들의 아픔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정말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세월호 피해자들의 안정적인 치료와 재활 및 사회적응을 위해 조례 제정을 고민하고 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개개인의 생존을 넘어 가정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5년 정도의 한시조례로 운영해서라도 경과를 지켜봐줘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으론 도내에 트라우마센터의 건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는 4.3의 아픔과 강정마을 갈등·세월호 사건 등을 통해 심리·사회적인 어려움을 겪고 계신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PTSD 극복과 사회적응을 위한 전문적인 기관은 성숙한 사회 인프라차원에서라도 제주에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9·11테러’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센터를 운영, 지역사회의 적응을 돕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사회, 이웃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사회가 진정 가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현 세대 뿐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