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부족’ 2개의 4·3음악회 유감
‘상생 부족’ 2개의 4·3음악회 유감
  • 제주매일
  • 승인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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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은 물론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인 ‘4·3’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본격적인 추모분위기다. 제68주년 4·3희생자 추념일을 앞두고 지난 2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3주간이 4·3추념기간으로 지정된 데 이어 도내·외에서 50여개의 다양한 추모행사가 계획돼 있다.

하지만 4·3을 위한 2개의 ‘음악회’가 경쟁하듯이 열려 아쉬움이 크다. 하나는 제주4·3평화재단이 내달 2일 오후7시 제주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4·3희생자추념일 전야제’다. 이날 공연에는 국악인과 서귀포합창단·도립교향악단은 물론 대중가수 최백호·정엽 등이 출연, 4·3의 아픔을 위로할 예정이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5시30분 제주민예총4·3사업단이 제주시청 광장에서 4·3평화음악회를 개최한다. 민예총은 1980년대 4·3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잠들지 않는 남도’ 작곡가인 안치환 등을 초청, 4·3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비슷한 시간대다. 사실상 2개의 공연을 모두 관람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꼭 이렇게 행사 일정을 잡아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음악회의 취지는 공연 못지않게 ‘행사’를 통해 4·3의 아픔을 보듬고 화해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2개의 음악회에 대한 시선은 ‘화해와 상생’이 아니라 ‘갈등과 경쟁’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야제 등 ‘공식기관’인 4·3평화재단에게 일정 선택권을 배려한 뒤, 다음날 일요일 낮이나 저녁 시간대에 민예총이 ‘2부’ 성격으로 행사를 이어서 할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이다. 가능한 많은 도민들이 모처럼 좋은 음악을 접하면서 4·3의 가치 또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4·3은 모두가 손잡고 보듬어 해원으로 나아가야할 시대적 과제다. 화해와 상생이란 4·3의 가치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 올해 2개의 음악회는 유감이다.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상생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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