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97부 8889’, 2008년 태어나 그해 제주소방서에 머물게 됐다. 함께 일하는 식구들은 나를 ‘구조차’라 불렀다. 살수차, 고가사다리차 보다 덩치는 작지만, 일상에선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다. 방문이 잠겨 우는 아이와 의자 틈에 발이 낀 아저씨를 위해서, 혹은 거리에 유기견이나 뱀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이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작은 공구와 로프, 그물, 벌집제거물품 등 온갖 장비를 항상 들고 다닌다.
좀 더 머물고 싶지만, 곧 작별인사를 해야만 한다. 나는 어느새 정년, 6월에 새로 오게 될 건강한 후배 구조차에게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몇 달 뒤, 나는 바톤을 넘겨주고 구조차로서가 아닌 다른 삶을 시작한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올해 42억1000만원을 들여 펌프차, 구급차, 구조차 등 총 21대를 교체· 구매하기로 했다. 제주소방서가 보유한 구조차 1대(97부 8889)도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97부 8889 구조차는 소방기본법에 따라 비응급 생활안전현장에 출동해 왔으며 2013년 853건, 2014년 960건, 2015년 1231건 출동, 하루 평균 3.3건의 사건·사고를 처리했다.
해당 구조차의 지난 8년 동안 누적 주행 거리는 지구 두 바퀴 정도에 해당하는 7만9568km다.
제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제주소방서 구조차를 포함한 노후차량교체는 오는 6월께 마무리되며, 구급차를 제외한 모든 교체 차량은 ‘온비드’라는 시스템을 통해 경매에 부처진다. 이에 따라 구조차 등은 경매와 함께 현역에서 물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