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옛 제주대학교병원. 도민들에겐 대학병원보다 ‘도립(道立)병원’이 더 익숙하다.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이 ‘원도심 치유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종합예술센터 TF팀은 제주도가 의뢰한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조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공간 활용방안 및 사업추진 전략을 22일 공개했다. 옛 제주대학병원을 원도심 문화거점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이 계획에 의하면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는 오는 9월 개관(開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00여년 동안 도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온 이곳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살려 ‘치유(治癒)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이 센터를 ‘문화예술의 허브’로 활용하기 위해 예술가와 시민들의 창의성 등을 개발하는 아트랩(Jeju Art Lab) 공간도 마련한다. 예술가 협업 및 전문가 매칭 프로그램을 비롯 예술가와 시민들의 실험 등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또 삼다도 공방(工房)과 자파리 팩토리, 녹낭다방 등 시민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키로 했다. 이밖에 매년 대표 키워드를 선정한 기획전시 및 신진작가 발굴도 적극 추진하는 등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번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는 유휴시설을 활용한 일종의 ‘문화재생’ 사업이다.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원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예술의 거점을 만든다는 점에서 참으로 바람직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공간’만 확보한다고 해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옛 제주대병원 건물은 종합예술센터 말고도 지상 1~2층(스마트그리드 시험센터)과 5층(창업보육센터)은 지금처럼 제주대학교가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질(異質)적인 요소가 뒤섞인 ‘한 지붕 두 가족’이 동거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를 감안한 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며, 장기적이고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종합예술센터의 큰 그림과 구체적인 플랜은 전문가 그룹에게 맡기고 제주도와 문화예술재단은 지원에만 주력하길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