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정 개발이슈 제기
고도완화 등 콤팩트 시티 개조
외부자본 유치 개발 반대
전통·문화 사라진 공동체 우려
취약계층 주거권도 위협
제주 정체성 원도심 보존을 통해
베른은 관광대국 스위스 연방의 수도다. 지난 2013년 하반기 방영된 여행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 신시가지와 몇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베른 구시가지가 눈에 띄었다. 필자가 얼핏 보기엔 구제주의 원도심을 보는 듯 했다. 베른의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자취가 어느 도시보다 많이 보존돼 있어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최근 제주도정은 구제주시의 원도심 고도완화 시사 등 개발이슈를 제기했다. 사실 원도심은 ‘로마제국의 본향이 로마의 한 언덕배기’였던 것처럼 제주인의 본향(本鄕)이기에 그 개발은 전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도심은 후세와 세계인들을 위해 반드시 온존하게 보존할 가치가 충분한 제주다운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떻든 도정은 이점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듯하다. 그보다는 그럴듯한 몇 가지 조건 충족을 전제로 도정은 그대로 묶어두면 언제 투자되고 개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당장 외부자본을 끌어들여서 원도심을 복합용도의 현대화된 도시, 즉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로 개조하는 것이야말로 으뜸의 상책임을 역설하고 있다.
지역개발 명분 쌓기의 진부한 전제, 즉 투자이익과 공공성과 사회적 공존이 받아들여지고, 경관만 해치지 않는다면, 홍콩처럼 고도제한이나 용적률을 제한 없이 과감히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도심에 20층이나 30층 건축허가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미래의 제주공동체가 ‘종전의 제주공동체의 전통과 문화가 완전히 폐기된’ 소위 세계시민의 집합 공동체 제주가 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투다.
사실 그간 추진됐던 토지를 매개로 한 허술한 투자유치정책으로 제주 전역이 개발지로 전락됐고, 지역공동체가 와해되는 형국이다. 농어촌 지역의 ‘공동화 현상’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더불어 농촌지역의 전통과 문화의 쇠락 또한 현저한 추세가 역력하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자본 중심의 원도심 개발을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전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필자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 비추어 원도심이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복합용도의 현대화된 도시개발이 가장 옳은 길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로 제주개발의 주된 기조는 무엇보다 외부적으로 세계화·국제화를 실현 하는 차원에서 다(多)인종·다(多)문화·다(多)전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종전의 제주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제주인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 및 문화에 관한 한, 가능하다면 많이 온전하게 보존하여 제주의 특수성 내지 정체성을 후세와 세계인에게 알리는 것은 기성세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더욱이 제주가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지역이므로 제주의 오랜 역사와 전통 및 문화를 온존하게 보존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필수적 책무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복합용도 도시 개발 옳지 않아
둘째로 수도권 지역개발의 경우와는 달리 원도심의 상당수 저소득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소위 ‘서민’ 또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권 보장은 행정의 주된 책무라는 점이다. 만약 주거 개발이 자본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이들이 이주할 곳은 한라산 주변의 중산간이나 태평양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지금처럼 신제주 지역을 비롯해 원도심 주변은 물론 동서(東西)로 자본 중심의 도시 공간 개발이 확장일로에 있고, 앞으로 균형적인 도시개발정책의 일환으로 4대 거점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자본 중심의 원도심의 현대화는 결국 무리수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건대 필자로서는 우선 아쉽고 충분하지 않지만 제주의 정체성 전수는 원도심 보존을 통해서 실현됐으면 한다. 다음으로 원도심 개발은 주로 인간중심의 개발, 즉 이해당사자 또는 수요자 중심의 신축·증축·개축·재축(再築)이나 건축물의 이전 또는 대수선을 허용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