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The Managed Heart)’이란 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앨리 러셀 혹실드 교수가 처음 거론한 개념(槪念)이다. 이에 따르면 감정 노동자는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나타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폭넓은 의미의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들이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본보 기자가 찾은 제주시 모 전자서비스센터의 경우를 보자. 취재 결과 하루에도 수백여명이 찾는 이곳 센터 직원들은 온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의 폭언(暴言) 등 행위가 하루 수십여건에 달하고, 관리자까지 나서 고객을 진정시키는 사례도 2~3차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직원들 중 상당수가 ‘갑질 고객’을 응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에 가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노동환경연구소가 몇 년 전 실시한 ‘감정노동종사자 건강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30.6%가 자살(自殺) 충동을 느꼈고, 4%는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평가제도 등을 운용하면서 직원들에게 ‘맹목적인 친절’만을 강요하고 있다. ‘소비자(고객)는 무조건 왕(王)’이라는 잘못된 인식의 결과물이다.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요, 형제와 자식들이다. 감정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이면 정신 관련 질병은 물론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비극(悲劇)이라 할 수 있다. 혹시 스스로가 ‘감정노동 스트레스’를 주는 가해자(加害者)는 아닌지 재삼 냉정하게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