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선원 폭행
‘사각지대’ 놓인 외국인 선원 폭행
  • 백윤주 기자
  • 승인 2016.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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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적 한계·까다로운 절차 신고 부진…확실한 통계도 없어

 

▲ 도내에 취업한 외국인 선원들을 향한 한국 선원들의 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지만 까다로운 절차 등의 문제로 제대로된 신고 조차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주시내 한 항구서 그물 손질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그물을 들어 올리는 작업에서 한 사람이라도 손이 안 맞게 되면 그때부터 욕설이 나가기 시작하는 거죠. 봉돌(그물 끝에 매는 납덩이나 돌덩이)로 머리를 가격하거나 주먹으로 내리친대요. 너무 힘들어서 바다에 뛰어 들어 죽겠다고 토로한 분도 있고요, 실제로 뛰어든 분도 있죠.”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도내 어업분야에 취업한 외국인 선원들을 향한 한국 선원들의 폭력이 공공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제대로 된 신고조차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외국인 선원들이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서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선원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2013년 838명, 2014년 1062명, 2015년 1133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 수는 올해도 늘어 지난달 현재 외국인 선원 수는 1669명으로 2년여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

외국인 선원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원에게 가해지는 한국인 선원들의 폭행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선주 A씨는 “바다 위 작업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욕설과 폭력이 자주 오가는 건 사실”이라며 “급박한 상황에서 언어 소통이 어려워 빚어지는 것으로 노동 강도가 센 어선들 사이에서 자주 목격돼 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해상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건의 경우 제대로 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제주해안경비안전서가 처리한 외국인 선원 폭행 사건은 2013년 2명 2014년 7명 지난해 7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는 이들이 갖는 신분적 한계와 까다로운 신고 절차 때문에 폭행을 당한 외국인 선원들 대부분은 신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관계자는 “신고를 한다 해도 법원에서 폭행을 입증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이들은 하루 빨리 돈을 벌어 자국에
보내야 하는 입장”이라며 “더욱이 폭행을 피해 있는 기간 동안 폭행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이탈자로
간주돼 범법자 신세가 되기 때문에 신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데 많은 한계점을 안고 있어 현재 시스템을 고치지 않은 이상 그들을 폭력으로부터 구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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