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출하량 감소=평균가격 상승’이란 등식(等式)이 완전히 깨졌다. 노지감귤 상품 출하량이 30만t을 밑돈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처음. 그러나 가격은 제자리를 맴돌면서 조수입도 3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제주감귤산업이 ‘총체적 위기(危機)’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와 감귤출합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14일 현재 2015년산 노지감귤 처리량은 모두 47만9000여t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도외 상품(上品) 출하량은 28만3000여t으로, 총 평균가격(10kg)은 1만952원이다. 이는 2014년산 1만885원 대비 0.6%가 상승한 것이지만 2013년산 1만4480원과 비교하면 무려 24%나 하락한 것이다.
조수입(粗收入·필요한 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을 보더라도 감귤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여실히 드러난다. 2013년의 경우 55만4000t(상품 37만4000t)이 생산돼 5264억원의 조수입을 올렸다.또 2014년에는 57만t(상품 33만2000t) 넘게 생산되어 가격 하락을 불렀지만 그나마 조수입은 3435억원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2015년산은 상품 출하량이 전년 대비 15%나 감소한 28만여t에 불과했으나 조수입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3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신주단지’처럼 믿어왔던 ‘수요(需要)와 공급(供給)의 원칙’이 속절 없이 무너진 셈이다.
그동안 제주도의 감귤정책은 ‘적정 생산량’에 초점을 맞춰 왔다. 50만t 내외만 생산하면 적정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었다. 이처럼 적정생산에만 매달리는 사이 소비자들은 멀어져 갔고 타 과일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제 적정 생산량 개념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품질 감귤 생산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적정생산 중심으로 수립된 ‘감귤혁신 5개년 계획’도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감귤산업이 ‘총체적(總體的) 위기’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감귤산업은 ‘끝’이라는 우려감도 팽배하다. 제주자치도가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감귤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큰 ‘재앙(災殃)’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