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같은 상황도 반응 제각각
상대 아닌 ‘나’ 중심의 사고 때문
같은 눈높이·역지사지 필요
손가락 보지 말고 달을 봐야
소통 위한 적극적 설명도 필요
틀림과 다름의 차이 분명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문화 차이를 극복하면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올 3월도 일자리창출의 일환으로 결혼이민자들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다문화사회 바로알기’ 사업신청을 했다. 지원자 서류를 보니 지난해와는 달리 베트남·필리핀·중국·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결혼이민자들이 선정됐다.
그 가운데 필리핀 국적의 최고연장자 A씨는 서류가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어 보였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모두가 놀란 것은 A씨의 나이다. 많아도 40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55세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피부가 그렇게 예뻐져요? 혹시 매일매일 마사지 하세요?” 이에 A씨는 “맛사지 없어요(하지 않아요). 매일매일 스마일(웃어요)”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짓궂은 질문을 한 이가 있다. “남편이 화났을 때는 어떻게 해요. 그때도 웃어요?” 그녀의 답변은 “남편 화 많이 있어도 스마일”이었다.
남편이 스트레스 받아서 화가 많이 나 있을 때도 웃으면 남편의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때 한사람의 반응은 달랐다. “우리 남편은 화났을 때 웃으면 비웃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크게 화를 내는 데요”라고 했다.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문화 속에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 중심이 아닌 나 중심의 사고로 인한 갈등이 많은 현실이다.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았을 때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눈높이’가 중요하다. 입으로 만이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역지사지’가 상생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다.
우연히 만났던 연인들의 이야기다. 이호테우해변 방파제에 세워진 2개의 말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애틋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모습이 부러움을 살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아픔’이 있었다. 사연을 들어 보니 아주 오래전에 작은 오해로 인해서 헤어졌었다고 했다. 헤어진 후 다시 만났지만 서로 자라온 환경이 너무나 다르고 취향도 맞지 않아서 재결합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작은 다툼이 있을 때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서 포기하려했다고 했다.
매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지나친 간섭으로 생각, 화를 내기도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방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일방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불협화음’이었다. 재결합 후 재이별의 위기를 겪던 두 사람이 극과 극의 성격차이를 극복하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게 되면서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통해 서로의 진실을 알게 됐고 다름을 인정하게 되면서 비로소 공감하게 됐다.
두 사람은 지난 시절의 아픔보다 마냥 행복해 보인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듯 ‘말이 잘 통하는’ 한국인들끼리도 소통이 안돼서 오랜 세월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상대방의 진실을 알기까지 참고 견디어야 했던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오랜 시간 가져온 생각들을 당연히 알아 줄 거라는 관념이 그들을 힘들게 한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한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굳이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더욱 친절히 설명하고 소통하자. 그렇지 않으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을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며칠 전 아픔만큼 성숙해진 두 사람의 결혼소식을 들었다. 영원한 행복을 빌어줬다. 틀림과 다름의 차이, 이들 연인처럼 다름을 인정할 때 공감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