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놀고…예비군 훈련장 ‘놀자판’
자고 놀고…예비군 훈련장 ‘놀자판’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0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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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시간 보내거나 의자 위서 숙면
훈련 6시간 중 30여분 불과 조교도 방치 상태

“야 추운데 대충대충 하자!”

지난 10일 오전 7시께 ‘향토방위작전계획’ 훈련이 진행된 도내 모 예비군 훈련장. 추운 날씨 속에 훈련장 입구에는 군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두 명의 조교가 예비군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은 조교에게 춥다며 고함을 질렀다.

훈련교장 안에는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친 예비군들이 들어와 있었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냈고, 일부는 의자 여러 개를 차지해서 드러누워서 잤다. 상황이 이러했지만 조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A 조교는 “오늘 훈련에는 2명의 대원만 투입돼서 230여명이나 되는 예비군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예비군의 일탈행동을 제지하더라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총 6시간의 훈련에서는 동대장이 30여분간 작전에 관해 설명했을 뿐 대부분의 시간은 신분 확인을 하는데 쓰였다. 이 시간 동안 예비군들은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 

이번 훈련은 향토예비군 제도에 있어 예비군 자신이 지켜야 할 곳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또 방어 작전을 어떻게 펴나갈 것인지 익히는 중요한 훈련이기에 군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귀포시 모 호텔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요즘 북한과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군이 너무 안일하게 훈련을 진행하는 것 같다”며 “바쁜 생업을 제쳐놓고 예비군 훈련에 왔는데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예비군 실무편람에 따라 향방작계 훈련에는 조교가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며 “향방작계도 중요한 훈련인 만큼 편람 내용을 수정해 조교 숫자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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