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본부 ‘소방차 길 터주기’긴급출동 훈련
“도민의식 개선 함께 도로 인프라 확충 필요”

“2차로 하늘색 차량, 3차로로 비켜주세요, 비켜주십시오”
신호대기 중인 차량들에 막혀 소방차가 앞으로 못 나간다. 마이크를 잡고 신호를 보내지만 ‘묵묵부답’이다. 모터사이렌을 누르자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찌르도록 울린다. 결국 소방차는 정차했고, 파란불이 켜지고 나서야 빠져나갈 수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는 15일 2시부터 도내 소방서와 119센터를 대상으로 ‘소방차 길터주기 긴급출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제주소방서에서는 펌프·구조·지휘·고가 차량 등 총 5대의 차량에 소방관 15명이 탑승한 가운데 제주소방서~연북로~노형오거리~시외버스터미널~시청 구간을 돌아오는 코스로 훈련을 진행했다.
차량통행량이 제법 적은 연북로 등 구간에서는 2차로를 달리는 소방차를 피해 1차로와 3차로로 차량들이 일제히 퍼져나갔다.
하지만 상습정체구간인 노형오거리, 한라병원 앞, 서사라사거리 등에서는 그림이 달랐다.
사이렌을 세차게 울렸지만 빨간불 앞에 정차한 차량들이 길을 터주지 않아 소방차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 했다. 심지어 소방차가 향하는 방향 앞으로 좌회전을 시도하는 차량까지 목격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긴급자동차에 대한 양보 의무를 위반한 차량에 대해 이륜차 5만원, 승용차 7만원, 승합차 8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지난해 도내 단속 실적은 4건이 고작이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소방기본법에 소방차 진로방해 차량을 가중처벌로 규정, 모든 차량에 대해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한 의식이 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도시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길 터주기에 대해 도민들의 협조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도내에 급속한 인구 유입에 따라 차량도 증가하고 있어, 소방차가 사고 지점까지 골든타임 내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 및 건물 건설 시 일정한 도로 폭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이날 훈련을 종료한 뒤 골목길 및 전통시장 등에서 유관기관과 의용소방대 합동으로 소방차 길터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