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묻어 온 ‘배움의 한’ 풀고 싶어요”
“반평생 묻어 온 ‘배움의 한’ 풀고 싶어요”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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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중학교 입학식
50~70대 늦깎이 신입생 43명…3년간 원격·출석 수업 병행
▲ 늦깎이 신입생들의 손. 중학교 입학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상징하듯 거칠고 메말라 있다.
             

지난 12일 도내 첫 방송통신중학교가 개교했다. 이로써 제주지역에도 기존 ‘방송통신고’ ‘방송통신대’를 연결해 정식 학제를 인정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완비’됐다.

입학식이 있던 지난 주말 제주제일중 체육관에는 풋풋한 어린 학생들 대신 주름이 깊게 팬 늦깎이 신입생 43명이 교장의 훈화를 듣고 있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만 나온 한(恨)을 60년 가까이 묻고 살다 올 초 설립 모집 공고를 보고 용기를 낸 주인공들이다. 앞으로 3년간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을 통해 일반 중학교 3년 수업시수의 80%를 소화하게 된다.

제주제일중학교 부설로 설립된 제주방송통신중학교에는 114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연장자 순으로 43명이 선발됐다. 이날 학생 대표로 입학선서를 한 1941년생 김정자씨를 포함해 70대 8명과 60대 34명, 50대 1명이 입학의 기회를 얻었다.

개교식을 겸한 입학식에는 이석문 교육감을 비롯해 강성균, 부공남 교육위원과 강경식 도의원 등 통신중 설립을 지지한 교육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어린 날 꿈꿨던 학교생활 되기를 바란다”며 축하의 말을 거듭 전했다.

제주지역 통신중 설치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장은 “‘부설’은 교사들의 희생과 수고로움을 전제한다”며 “막중한 업무 속에서도 어려운 결심을 해 준 제일중 교육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입학식 후 반으로 이동해 담임교사로부터 교과서를 배부 받았다. 입학식 내내 애꿎은 손만 만지작거리던 입학생들은 자신들의 손만큼이나 두꺼운 책을 손에 받고서야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1학년 1반 담임 송은경 교사는 “어려운 결심을 한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며 “우리가 최선을 다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따라와 달라”고 격려했다. 

더불어 이날 입학식에서는 지난해 창단한 제주제일중 한얼오케스트라 학생들이 ‘YOU RAISE ME UP’ 등을 연주하며 입학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고, 입학생 일동은 ‘입학’이라는 실천으로써 ‘배움’의 소중함을 손자 같은 아이들에게 무언(無言)으로 가슴에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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