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자.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
조선후기의 문인 이양연의 글로 얼마 전 읽은 ‘공명청언’이라는 책 중 인상 깊었던 글귀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이 글을 하루 세 번씩 읽고 실천했다고 한다.
사소하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도 신중을 기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말로 공직자로서 깊이 새겨야 할 말인 것 같다.
올해 우리 도는 청렴도 1등급 달성을 위해 올인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실천방법이 있겠지만 ‘상대적인 차별감의 해소로 행정에 대한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신분이 아닌 일반인으로 어느 기관이나 업체에 방문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받은 행정서비스(차 대접, 손 인사 등 사소한 것들)가 나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경우는 설령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단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는 무언가 부정(不正)하다는 불신(속된 말로 나와 다른 ‘고급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오해 등)을 갖게 되어 불쾌감과 함께 억울함마저 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 호의를 받은 당사자 또한 자신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결국 상대적 차별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소한 행동이 양쪽 모두에게 청렴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소한 행동에도 공정성을 기울여 불신의 소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누구에게든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공정함이 뼈 속 깊이 배어있어야 한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원칙을 적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시기와 사람을 달리하여 적용한 원칙은 행정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청렴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개개인 스스로 모든 일에 흔들림 없는 공정성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자의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행정을 찾는 도민들의 의식도 바뀌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