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날 되새겨보는 ‘흙의 가치’
흙의 날 되새겨보는 ‘흙의 가치’
  • 허창옥
  • 승인 2016.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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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대다수 동식물 생명의 터전
지속 가능한 생명의 땅 지켜가야

흙은 물·공기와 함께 지구에 존재하는 인류와 동식물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흙은 물·바람·온도가 어우러지는 풍화작용을 통해 바위가 부서져 가루가 된 것에 동식물 유기물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짧게는 170년, 길게는 700년이 걸린다고 하니, 자연이 인고(忍苦)의 시간을 통해 잉태해낸 생명의 원천인 셈이다.

인류는 고대부터 흙의 중요성을 인식해왔다. 기원전 1500년경의 산스크리트 문헌에는 “이 한줌의 흙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흙을 절약하면 이것은 식량으로 자랄 것이며, 연료와 주거지를 제공하고, 아름다움이 우리를 둘러 쌀 것이다. 하지만 흙을 남용하게 되면, 땅이 무너지면서 죽어가고, 인류도 이와 함께 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흙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흙의 탄소 보유량이다.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중 하나인 탄소를 토양유기물인 흙이 2만4000억t을 머금고 있다고 한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식물이 함유하는 5000억t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토양이 대기와 끊임없이 탄소를 교환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결국 흙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흙은 인류의 먹거리 대부분이 생산되는 터전이고,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더불어 산소를 공급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각종 쓰레기를 분해·정화하고 홍수나 가뭄 등을 예방한다. 또한 화장품·섬유·건축자재 등 여러 제품의 원료로 활용, 경제적 가치도 크다. 결론적으로 흙은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균형 유지를 위한 공익적·환경적 가치를 갖는 중요한 자산인 셈이다.

그런데 흙도 생겨나고 성숙하며 병들고 죽는 생명이 있는 자원이다. 농약과 살충제, 산업폐수와 폐기물, 산성비로 인해 토양생태계 오염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지구 토양자원 보전과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를 촉구하며 ‘세계토양헌장’을 제정하기도 했다.

오늘날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빌딩 속에서 일하고 있다. 바쁘게 생활하면서 하루 종일 흙을 만지거나 밟지 않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흙을 자신과 관계없는 대상으로 무관심해지거나 공기처럼 무한한 자원으로 착각하여 홀대하기 쉽다.

‘땅값’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자산으로의 가치만 부각되고 흙의 소중한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근래의 제주지역은 땅값 폭등으로 인해 농지가 투자와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면서 농업인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제주도가 도내 비거주자 농지이용실태 특별조사 결과 조사대상 농지의 31.7%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에 대한 투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농지관리가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 삶이 풍요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흙이 온전하게 보전되고 관리돼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까지 더해져서 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흙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토지환경 보호와 오염 정화를 위한 정책 추진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흙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 1회용품 사용 억제 등 농업인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인 관심과 생활 속 실천도 요구된다.

화학농업 중심에서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의 확대와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오늘 3월11일 ‘흙의 날’ 을 맞아 우리 모두 ‘흙속의 다른 진주’가 아닌 흙 본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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