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 때 아닌 ‘박타령’ 
선거판에 때 아닌 ‘박타령’ 
  • 김철웅
  • 승인 2016.0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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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朴 대통령과 친밀도 따라
진박·친박·비박 편 가르기
공천 둘러싸고 박 터지는 싸움

양박 대결 비열하고 진흙탕 양상
당 대표에 ‘이 XX’ 욕설 파문
남 파는 자 ‘대박’ 아닌 ‘쪽박’ 돼야

흥부는 박으로 ‘대박’ 난 사람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는 뱀에게 쫓기다 둥지에서 떨어진 제비 다리를 고쳐준 것을 계기로 ‘인생’이 바뀐다. 제비가 물어다 준 씨에서 열린 박을 깨는 순간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와 큰 부자가 된다. 반면 형 놀부는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후 고쳐줬다가 박에서 도깨비가 나와 집안을 절단 내는 바람에 ‘쪽박’을 차게 된다. 누구나 아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다.

그런데 요즘 흥부전 판소리 마당도 아닌데 ‘박’들이 널렸다. 이른바 ‘친박(親朴)’ ‘진박(眞朴)’ ‘비박(非朴)’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조합명사’다. 태생 순으로 보면 친박·비박·진박이고,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 순으로는 진박·친박·비박이다.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을 따르거나 측근인 정치세력이다. 대부분 제17대 대통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 반대편에 있었다는 이유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친이’ 세력에게 배척당한 뒤 ‘친박무소속’이나 ‘친박연대’로 출마, 국회에 입성하며 본격적으로 ‘친박’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하고 대통령이 바뀌자 세상도 180도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반대편에 섰던, 대부분 이명박 정권 당시 ‘친이’였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비박’으로 분류, 자신들이 했던 ‘갑질’만큼의 ‘설움’을 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진박(진실한 친박)은 최근 20대 총선을 앞두고 등장했다. “친박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돕지 않는 자가 있다. 이름만 빌려 선거에 이용만 하는 가짜가 있다”해서 등장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에다 박 대통령의 말에 단 한번도 ‘노(No)’라고 해본 적이 없다는 친박 중의 친박, 친박의 실세 최경환 의원은 ‘진박 감별사’로 불린다.

그런데 총선 관련 뉴스 새누리당 쪽은 완전히 ‘박타령’이다. 연일 친박·진박이 비박과 공천 등을 둘러싸고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일단은 친박의 판정승이다. 비박계의 ‘대표’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주장했던 ‘상향식공천’이 무산되고 이한구 위원장이 주도한 공천관리위원회의 단수 추천, 이른바 전략공천 등이 수용됐다.

지난 4일 발표된 공관위의 1차 공천심사 결정에 “단수 추천은 당을 분열시킨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김무성 대표지만 7일 열린 최고위에선 ‘군말 없이’ 공관위 결정을 추인했다. 1차 결과는 친박 내지는 진박 공천이 그대로 관철이 됐다는 평가다. 이한구 위원장이 ‘강하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청와대가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박과 비박의 충돌은 예상보다 비열한 진흙탕 싸움 양상이다. 새누리당 재선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 대한 욕설 파문이 그것이다. 지난 8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달 27일 친박계 중진 B의원과 전화통화에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불렀을 정도의 친박계다.

비박계는 공세다. 욕설 파문을 공천 심사 자료로 활용, 컷오프 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윤 의원이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친박과 비박, 이른바 ‘양박’이 정말 박 터지게 싸우는 형국이다. 이러다 정말 박이 터질 것 같다. 그 박이 ‘놀부의 박’이 될지 ‘흥부의 박’이 될지 궁금하다.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답은 나오는 것 같다. 국민들은 ‘박타령’에 염증이 날대로 났다.

또한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누구와 친하다는 이유로 ‘선거’를 하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알리고 선택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의 자질은 능력이지 누구와의 친밀도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마케팅하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담임선생님과 친하다는 이유로 반장으로 뽑아달라고 하진 않는다. 스스로의 자질을 내세우지 못하는 ‘초딩급 이하’ 후보자들에겐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정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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