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4·3추념식은 ‘추모 노래’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공모(公募)를 통해 선정됐던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빠진 대신, ‘비목’과 모차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 등이 연주됐기 때문이다.
그 이면엔 행정자치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명목상 추념식(追念式) 주최기관인 행자부가 선정된 곡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행사 주관처인 제주도에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를 두고 4·3관련 단체들이 ‘국가권력의 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등 큰 반발이 잇따랐었다. 이보다 앞서 국가행사로 지정되고 처음 열렸던 2014년 4·3추념식에선 추모 성격에 걸맞지 않은 ‘아름다운 나라’가 연주돼 문제가 된 바 있다.
이 같은 전례(前例)를 의식해서일까. 올해 4·3추념식에서는 그 어떤 추모의 노래도 들을 수 없게 됐다. 제주도가 추모의 노래를 진혼무(鎭魂舞) 공연으로 대체키로 한 탓이다.
도는 4·3실무위원회 전체위원회 심의에 앞서 소위원회에 추념곡 대신 진혼무 대체 공연을 내용으로 하는 세부계획을 논의 안건으로 올렸다. 지난 2년 동안 추모노래와 관련한 문제로 논란이 빚어지자 아예 추모곡(追慕曲) 없이 진행키로 했다는 것. ‘4·3추념식의 역사성’ 등은 외면한 채 행자부와의 마찰을 피해보려는 제주도의 저자세를 놓고 ‘중앙정부 눈치보기’가 도(度)를 넘었다는 비판이 도민사회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KBS가 국가행사로 열리는 제68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시간을 1시간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까닭인즉 4월3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마라톤 중계 일정이 잡혀 있어 10시에 진행되는 추념식을 생방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도는 이마저 소위원회 안건으로 올렸다고 한다.
실로 ‘구더기가 무서워 장조차 못 담그는 제주도’다. 앞으로 4·3실무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정부 눈치나 보며 추모곡을 없애고 방송 때문에 행사 일정마저 변경하는 추념식이라면 4·3 영령(英靈)과 도민들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아니함만 못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