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보수에 ‘감정 노동’ 스트레스까지
낮은 보수에 ‘감정 노동’ 스트레스까지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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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여성노동자 임금 남성의 60% 수준…사회적 관심 절실
▲ 올해로 ‘세계 여성의 날’이 108주년을 맞았지만 제주지역 여성들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어이! 여기 흘린 거 좀 닦아!”

6일 오후 10시20분께 제주시내 모 패스트푸드 음식점. 한 남성이 테이블에 흘린 음료수를 닦으라고 여종업원에게 소리쳤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모(21·여)씨는 “하루 9시간 동안 최저시급만 받으며 일한다”며 “일도 힘든데 가끔 저렇게 함부로 대하는 손님을 만나면 더 힘들다”고 말했다.

8일은 ‘3·8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던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1908년 3월8일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여성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시위가 열린 지 108년이 지났지만, 제주 여성의 노동 환경은 아직도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제주 지역 여성근로자의 월별 평균임금은 2012년 남성의 62.1%, 2013년 59.9%, 2014년 63.6%로 남성근로자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체 여성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음식점·호텔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저임금 문제와 함께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시 모 옷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서모(35·여)씨는 “손님 중에 반말하거나 담배를 사오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며 “모멸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문제는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이를 내버려둘 경우 건강상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감정노동으로 심한 우울증 등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박사는 “제주도에 많은 여성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근로자 전문 병원은 한 군데뿐”이라며 “관계 당국이 여성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노동의 문제는 제도로만 풀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의 인권보다 자기 만족만을 바라는 소비자 때문에 감정노동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 의식도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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