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거리’ 용역이 부실(不實) 논란을 빚고 있다. 용역에 담긴 내용을 떠나 최종보고서에 첨부된 상당수의 그림 및 사진 파일이 손상되어 육안으론 확인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용역(用役)은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의 거리 조성 및 기본계획수립 연구’. 도는 기존 문화의 거리를 포함 각종 테마거리에 대해 조사 분석하고, 향후 개선방향 및 신규 문화의 거리 조성 등의 기본계획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6600만원이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납품된 용역 최종보고서는 ‘무성의의 극치(極致)’라고 불릴 만큼 완성도가 크게 떨어졌다. 예를 들어 서울 인사동 문화지구 안내지도 그림과 익산문화의 거리 사진 등의 경우 파일 손상이 심해 글자는 물론 제대로 된 위치와 현황조차 확인이 힘들었다.
해외 사례로 제시된 일본의 ‘창조도시 요코하마 추진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일본어로 표기된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등의 성의를 보여야 하지만 이를 외면한 채 ‘원본’ 그대로 버젓이 보고서에 싣고 있다. 일본어 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지, 배짱도 이런 배짱이 있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용역을 검수(檢受)해야 하는 해당부서와 용역 수행기관은 ‘인쇄과정의 문제’라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미지를 편집하고 인쇄하는 과정에서 잘못됐다는 것으로 조금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일반 상거래에 있어서도 물건 혹은 품질에 하자(瑕疵)가 있으면 새것으로 바꿔주거나 잘못을 보완해 납품하는 것이 관례다. 더욱이 ‘디자인적 요소’가 아주 강한 이번 용역의 경우 깨끗하고 선명한 사진이나 그림 등은 ‘보고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조차 모두 용역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책임 회피성 용역 때문에 들어가는 혈세(血稅)가 얼마나 막대한지는 누구보다 행정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용역 공화국’이란 오명을 언제까지 뒤집어 쓸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