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령자 관광산업 활성화하자 
장애인·고령자 관광산업 활성화하자 
  • 한경훈
  • 승인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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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맞아 성장여지 많지만 
취약계층 배려 시설 부족 걸림돌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조성 시급

생활환경 전반 유니버설디자인 도입  
지역경제 활성화·노약자 복지 향상
두 마리 토끼 잡는 길…투자확대 필요

가족 중에 장애인이나 노인이 있으면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동과 숙식 등의 불편함을 걱정해 여행을 포기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UN 장애인권리협약은 ‘관광지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할 것’을 당사국이 취해야 할 조치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장애인이 선뜻 관광에 나서기에는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공기관마저 장애인 시설에 대한 인식이 낮은 수준이다. 제주장애인연맹(제주DPI)은 얼마 전까지 정기적으로 공공시설물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점이 없는 시설이 거의 없었다. 제주DPI 지적의 요지는 “장애인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편의시설을 형식적으로 대충 만든다”는 것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열린 관광지’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장애인과 노인, 영·유아 동반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 및 관광 활동의 제약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관광매력도가 높으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운영·관리가 우수한 관광지를 선정해 시설 개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 경주보문관광단지, 용인 한국민속촌 등 6곳이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지원을 받는 업체가 나오지 않았다. 명색이 국내 최대 관광지임에도 여행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 사람의 장애인이라도 이용하기 편하도록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의 고령자를 위한 시설일 수도 있다. 고령사회를 대비한 기반시설 투자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욱이 제주는 국제관광지를 지향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장애인이나 고령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제주는 장애인(고령자) 관광산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령자와 장애인은 가족을 동반해 여행하는 경향이 높다. 관광객 유치 확대 차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일본의 일부 자치단체는 침체된 관광산업의 활로를 장애인관광에서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 등의 관광편의를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구성원 누구나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미에현(三重県) 이에시마가 배리어프리 마켓(Market) 개척의 선도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발족한 NPO(민간비영리단체) 법인 이세시마 배리어프리투어센터가 중심이 돼 숙박업소에 배리어프리 객실 조성 등으로 장애인관광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현지에서 만난 나카무라 하지메 배리어프리투어센터 이사장은 “이세시마 내 관광지에는 휠체어를 탄 관광객이 다른 곳보다 10배 이상 많고, 배리어프리 시설로 고객이 20배 늘어난 업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와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관광지가 됐고, 일본 오키나와도 현재 배리어프리 관광이 굉장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주도 이 대열에 참여해야 한다. 향후 고령사회를 감안하면 장애인 관광산업은 성장할 여지가 많다. 장애인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그들을 보호 대상으로 보는 시혜주의적 관점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에현의 경우 배리어프리 관련 업무를 사회복지 부서가 아닌 관광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장애인을 관광소비층으로 보고 서비스체계를 갖추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대우하는 분위기도 성숙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는 공공건축물은 물론 교통, 정보서비스 등 생활환경 전반에서 신체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것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노약자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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