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세화주재소 자리 비석 하나 없어
“교육 등도 ‘부실’…역사 기억해야”
"일본놈들 철폐하라! 우리 요구조건을 들어달라!"
1932년 1월12일. 일본인 상인만을 위한 어용 해녀조합의 횡포에 성난 제주(우도·하도·성산·세화) 해녀들이 세화오일장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마침 지역을 순찰하던 일본인도사(島司·당시 제주도지사)에게 지정판매제 철폐 등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그리고 이날 세화주재소에선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도사가 제주해녀들의 기세에 눌려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현재 제주해녀항쟁의 상징적 장소인 옛 세화주재소 자리에는 구좌파출소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날의 사건을 설명하는 비석 하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 옛 세화오일장 터도 해녀들의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던 곳이지만, 항일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다.
이에 대해 구좌파출소 관계자는 “해녀항쟁이 제주도 3대 항일운동이었던 만큼 주요 유적지에는 이를 설명하는 조그마한 비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제주해녀들이 분연히 일제에 맞섰던 역사가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잊혀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도내 학교 현장에서도 해녀항쟁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등학교 대부분의 교재에는 해녀항쟁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교육이 수능시험에 집중되다 보니 제주에서 발생한 해녀항쟁에 대해서 학교 현장에서 다루고 있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녀항일운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무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도 해녀항쟁이 외면 받는 상황이다.
제주발전연구원 좌혜경 박사는 “그동안 도민사회에서 해녀항쟁을 알리려는 노력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일제에 맞서 싸웠던 자랑스러운 해녀항일운동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주요 해녀항쟁 유적을 이어 역사탐방 길로 만들거나 해녀항쟁을 이야기로 만들면 사람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