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문화의 거리 '문화(예술)성' 점수 19.41로 가장 낮아

제주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화의 거리’에는 문화가 전무했다. 전통을 계승하고 주민에게 다양한 문화 환경을 제공하며, 지역문화와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성된 문화의 거리가 사후 운영 관리 부실 등으로 이름만 ‘문화의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재)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사장 노홍길)은 26일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및 운영 기본계획 수립 연구 최종 보고서를 통해 도내 ‘문화의 거리’에 대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우선 연구팀은 도내 운영 중인 ‘문화의 거리’ 23곳 가운데 10곳을 선정, 공공성, 사회성, 심미성, 문화성(예술) 등 4가지 항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문화의 거리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문화성(예술)’ 점수가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19.41점으로 가장 낮아 문화의 거리라 불릴 만한 특색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공식적으로 조례상 ‘문화의 거리로’ 지정돼 있는 서귀포시 솔동산과 삼성혈도 마찬가지였다. 테마거리 평가지표 평가순위에서 각각 4위(총점 67.60)와 6위(총점 56.82)에 그쳐 역사자원 등을 활용해 방문객들을 유인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혈 문화의 거리는 문화(예술)성이 가장 낮게 평가 됐고, 장소 인지도에 있어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접근성은 좋은 반면 주차장 문제나 삼성혈이라는 제주시조 문화의 상징성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 12일 열린 문화정책 사업 설명회에서 한 시민이 “솔동산에 원도심 의미를 담고 있는 수십 년 된 가로수를 뽑아내고, 이와 관계없는 조형물 등으로 교체되고 있다”며 “문화의 거리가 목적 없이 가고 있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제주도내에 다양한 이름을 가진 문화의 거리가 존재하고 있지만, 대부분 유명무실화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거리 조성 사업들의 관리·운영 주체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도내 문화의 거리는 추진·관리부서의 분산 현상이 심하다. 도와 행정시, 동 단위 담당부서까지 사후 평가의 일관성 유지가 힘들어 관리 소홀의 문제가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단일화 된 추진 조직으로 문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시의 사례를 통해 행정이 도시혁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을 위한 추진 조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도 부족했다. 일반적으로 문화의 거리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왕성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단순한 정비 사업, 물리적 환경개선, 아치조형물, 조명 설비 등 시설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구팀은 “거리에 접한 제한적인 지역에 국한된 테마에 집중하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지역적·도시적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테마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래야만 질적으로 풍부해지고 볼거리·즐길 거리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