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선 ‘한 지붕 두 가족’을 연상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준공식을 화려하게 개최한 반면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은 별도로 ‘생명평화 문화마을’ 선포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란 이름 하의 해군기지가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마치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건설사업에 착수한지 10년 만이며, 2010년 1월 항만 공사를 시작한지 6년 만이다.
준공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한민구 국방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원희룡 제주지사와 해군 및 해병대 장병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대한민국 해양 안보와 해양 주권(主權) 수호의 중심기지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총리도 “제주민군복합항이 미국의 하와이나 호주의 시드니와 같은 세계적인 민군복합항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준공식이 열리는 동안 제주해군기지 부두에는 해군의 7600t급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을 위시해서 왕건함과 문무대왕함 등이 정박 도열해 대한민국의 해군력(海軍力)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날 준공식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정작 해군기지의 터전인 마을 주민들은 준공식이 시작되기 1간여 전 기자회견을 갖고 강정마을을 ‘생명평화 문화마을’로 선포하는 한편 평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안보(安保)라는 가면을 뒤집어 쓴 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을 ‘강대국 패권 경쟁의 제물(祭物)’로 만들 것”이라며 “관광미항이라는 명칭은 단지 중국의 비난을 피해보고자 하는 면피용 수식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민군복합형관광미항 준공식’이란 명칭을 내걸었으나 크루즈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접안시설 공사는 미완성(未完成) 상태로, 최소한 1년 4개월은 더 소요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인가에 쫓긴 ‘반쪽 준공식’이었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제주해군기지는 완공됐지만 ‘갈등(葛藤)의 골’은 여전하다. 정부가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앞으로도 대립 양상은 계속될 것이다. 마을주민들의 지지가 없는 제주해군기지가 그 소임과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 깊은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