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을 내면 세금 내야합니다”
“짜증을 내면 세금 내야합니다”
  • 강성분
  • 승인 2016.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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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짜증세 전격 도입
미성년 500원·성인 5000원
애들과 짜증 늘어난 우리집 ‘입법’

어른 짜증부터 확 줄며 효과 확실
부모는 자식들의 거울
교육차원서도 시도 권장하고파

“앞으로는 짜증을 내면 세금을 내야한다” 2016년 2월 신설된 ‘짜증방지위원회’는 짜증을 언어폭력이나 감정폭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짜증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짜증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꼭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 또는 그런 성미’라고 정의된 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연히 역정을 내거나 폭력적이고 불쾌한 행동을 하여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이는 미성년자일 경우 1회 500원, 성인은 1회 5000원을 1주일 내에 짜증세로 납부해야 한다.

부당하다고 여겨 항소할 시에는 짜증방지위원회에서 심리하며, 공정성을 위해 만장일치로 지정한 외부인사의 참관이나 통신의뢰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외부인사의 결정에 따르며 더 이상의 항소는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간접세 비율이 어마무시하게 높은 이 나라에서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직접세까지 생기다니 짜증나고 황당했을 시민들은 놀라지 마시길. 우선 제목에 낚였을 독자들께 죄송하다. 위에 언급된 짜증세 이야기는 우리집 이야기다. 만 나이로 딱 미운 네 살 작은 아들은 맨날 형을 놀리다 맞아 울고불고, 남이 달라면 얼른 주고 싶다는 만 일곱 살 큰아들은 툭하면 짜증을 내고 울끈불끈 동생에게 복수전을 펼치다 더 큰 싸움을 만든다.

견디다 못해서 아니 사실은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고 인내하지 못해서 우리 부부는 훈계를 가장한 더 큰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가정의 평화를 위한 자구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평화를 위협하는 이에게는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일종의 죄악세를 도입한 셈이다. 죄악세란 주로 담배나 술·도박과 같은 사회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물품의 대한 간접세이지만 우린 직접세로 전환한 만큼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하여야 벌금제도로서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바, 소득의 차이를 감안해 금액을 차별 적용했다.

하지만 시행 중 내 돈이 내 주머니로 돌아 들어오는 불편한 순환을 발견하고는 금융정책에도 손을 댔다. 그냥 주는 용돈을 일체 없애고 청소 등 집안일을 도우면 주는 임금을 상향 조정했다. 지나치게 자본주의화되지 않도록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는 등 돌보는 일은 당연히 무보수이다.

짜증세는 가족 전체의 복지자금으로 쓰려했으나 피(被)짜증자의 고통으로 인해 생긴 수익을 짜증자를 포함한 전체를 위해서 쓰면 외려 불평등하다는 이견이 생겼고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각자 저금통을 마련하여 짜증자가 피짜증자의 저금통에 현금 납부하도록 했다. 모든 조항을 문서로 만들어 지장날인하고 케이크를 사서 입법축하파티를 열었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실로 엄청났다. 특히 어른의 짜증이 먼저 확 줄었다. 일단 짜증을 안내고자 마음먹으니 말투도 달라지고 화도 별로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짤랑하고 동전이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같이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면 곧 더 좋아지리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각박한 이 시대에 짜증을 내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울까마는 짜증은 분명 나쁜 습관이다. 게다가 전염성이 강하다. 짜증이란 단어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짜증스런 어감인가?

아이들은 모방심리가 강하다. 짜증내는 아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부모가 짜증내지 않아야한다. 어른이 내는 짜증이나 잔소리가 아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짜증에 대한 규제나 규칙을 만들 이유로 충분하다. 아이에게만 적용하지 않고 반드시 어른이 함께 해야 한다. 공정하고 재미있는 법은 지키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라에 내는 세금으로도 벅찬 우리네 인생. 불공평하게 세금을 내는 일은 분명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나 짜증세만큼은 기분 좋은 세금이다. 더 큰 폭력으로의 발전을 방지하기위해서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세금제도 한번 도입해보시기를 권해본다. 모든 시작은 가정이니까. 세뱃돈을 펑펑 써대며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졌던 큰아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오늘도 청소기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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