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평화 훼손과 환경 파괴 논란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모두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해군은 26일 오후 2시 제주해군기지 연병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관으로 준공식을 거행했다. 정부가 건설 사업에 착수한 지 10년 만이며, 2010년 1월 항만 공사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이날 준공식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대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 해군·해병대 장병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해군 구축함인 왕건함의 예포 19발 발사, 개식사, 국민 의례, 경과 보고, 박근혜 대통령 축전 낭독, 원 지사 환영사, 황 총리 축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군본부 이병권 기획관리참모부장이 대독한 축전을 통해 “제주민군복합항은 1993년에 사업 추진이 결정된 이후 23년 만에 맺은 값진 결실”이라며 “대한민국 해양 안보와 해양 주권 수호의 중심기지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환영사에서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식은 굳건한 안보 속에 평화와 공존의 미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큰 희생과 아픔을 겪은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과 10년 대공사를 완수한 현장 관계자와 해군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축사를 통해 “제주민군복합항은 제주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해양 주권을 수호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제주민군복합항을 미국의 하와이나 호주의 시드니와 같은 세계적인 민군복합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준공식이 열리는 동안 제주해군기지 부두에는 해군의 7600t급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4400t급 구축함인 왕건함·문무대왕함을 비롯해 1만4500t급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 등이 정박 도열해 대한민국의 해군력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P-3 해상초계기, 링스 해상작전헬기, UH-60 기동헬기를 포함한 해군 항공기 7대가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했다. 식전 행사에서는 해군·해병대 군악대와 의장대가 공연을 펼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편, 준공식이 시작되기 1시간여 전 강정마을회는 제주해군기지 정문 인근 충혼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정마을을 ‘생명평화 문화마을’로 선포하고 평화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안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쓴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을 강대국 패권 경쟁의 제물로 만들 것”이라며 “관광미항이라는 명칭은 단지 중국의 비난을 피해보고자 하는 면피용 수식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준공을 엄히 꾸짖으며 강정마을을 생명평화 문화마을로 선포한다”며 “강정은 생명과 평화의 문화가 넘실거리는 마을로 살아갈 것이며, 이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의 고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권일 반대대책위원장은 “강정이 생명평화 문화마을이 된 만큼 앞으로 이를 주제로 한 공연이나 예술 작품을 발굴해 마을에 유치할 것”이라며 “또 마을에 유흥시설 등이 들어서지 못 하도록 경계 분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공식을 앞두고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이 황 총리 일행이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문 입구에서 대기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총리가 탄 차량은 정문이 아닌 다른 입구로 들어갔다. 선포식을 전후로 주민·활동가와 경찰 간 고성이 오가기는 했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