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인권보장·증진조례 제정
인권위·센터 설치 등 활동 박차
일찍이 UN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는데 큰 역할을 한 엘리노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 여사는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은 어느 누구든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배려하며, 그 생명과 삶의 가치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세상,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며 삶에 고통을 주는 행위들에 반대할 줄 아는 개인이 있는 세상, 사람으로서 가진 다양성을 차별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인정하며 존중하는 세상”이라고 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해 9월 ‘세계평화의 섬’ 제주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제주지역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초안을 마련하고 도민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표 발의한 필자를 비롯하여 총 26명의 의원이 정당과 이념에 관계없이 인권이 갖는 중요성에 공감하고 뜻을 같이하여 공동 발의로 제정된 것이다. 인권조례는 제주를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 ‘인권도시 제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올해부터는 그 길을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을 옮길 차례다.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을 통해 ‘인권도시 제주’ 만들기를 위한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정된 인권조례를 살펴보면, 제주를 인권도시로 만들기 위한 많은 일들을 예정하고 있다. 도지사는 도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하여 3년마다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도민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인권헌장을 선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는 중요한 일은 인권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15인의 인권위원회를 독립적으로 구성·운영하는 것이다. 인권위원회는 향후 인권기본계획 수립이라든지 인권헌장·인권교육·인권보고서·인권영향평가 등 도민의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련된 사안을 심의하고 도지사에게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또한 인권침해 관련 상담과 지원 업무를 담당할 인권센터의 설치와 운영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관여하여야 한다.
인권위원회의 이러한 역할과 기능으로 인해 벌써부터 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야 인권조례에서 예정하고 있는 인권활동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운영해야 도민이 행복한 ‘인권도시 제주’로 거듭나게 견인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부디 인권조례에서 예정된 것과 같이 도의회·여성·장애·외국인·노동·아동 청소년, 학계 및 법조계 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넘어선 상호 협력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진정 도민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나서야 한다.
자칫 자치단체장이나 의원 개인의 치적 또는 성가신 일이 되지 않도록 더디더라도 조금씩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19일 필자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권위원회 구성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의회-도-인권단체’가 참여하는 실무TF팀을 꾸리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향후 협치와 협업의 실제 성공사례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해보아도 좋다. 이를 위해 필자를 비롯한 의회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역할과 관여를 해나갈 것이다.
엘리노 루스벨트 여사는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은 “우리 주변의 작은 장소, 집에서 가까운 그 곳, 너무나도 가깝고 보잘 것 없어 어떤 세계지도에서도 보이지 않는 바로 그런 곳들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우리 모두가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인권도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때이다. 인권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우리 삶을 편안하게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