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 조례 제정 ‘무용지물’
보존·관리 지정 단1개도 없어

25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신이물. 이곳은 과거 제수로 사용했을 만큼 귀한 용천수가 나오던 곳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신이 내린 물이라 해서 ‘신이물’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현재는 옛 모습은 사라지고 시멘트 구조물이 들어서 있다.
마을 주민 이모(53)씨는 “어렸을 때 이곳에서 친구들과 다이빙을 하면서 즐겁게 놀았다. 마소들이 여기서 물을 마시며 쉬어가기도 했다”며 “지난해 신이물 바로 옆에 펜션이 지어지면서 벽체와 지붕을 설치해 옛 모습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에서 2013~2014년까지 도내 용천수 1023개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383개소만 양호하고 그 외 용천수는 개발 사업으로 파묻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주도는 2014년 1월15일 용천수 활용 및 보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특별히 보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용천수를 개발·이용 시에는 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도내 용천수 1023개 가운데 단 한 곳도 보존·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인이 사익을 위해 무리하게 용천수를 훼손해도 행정 당국은 어떠한 행정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법률·명령 등 상위법 없이 조례가 만들어지다 보니 조례가 많이 부실하게 됐다”며 “용천수 관리와 관련해서 연구 용역에 들어갔으니 올해 말에 끝나는 대로 관련 법제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신이물의 경우처럼 용천수가 훼손돼도 행정 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발전연구원 박원배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도 특유의 문화재인 용천수가 원형을 유지하는 것은 문화·역사적 가치를 위해서 중요하다”며 “행정당국이 관련 법제를 정비하기 전에 도두동 오래물처럼 마을 차원에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